<앵커>
장애인 언니를 돌보던 20대 여성이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저희 SBS는 자살 보도를 자제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장애인 복지의 현실을 전하기 위해서 이 뉴스를 전하기로 했습니다.
TBC, 이세영 기자입니다.
<기자>
그제(24일) 오전 대구의 한 식당 뒷편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28살 류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식당 주인/최초 발견자 : 최소한 자더라도 창문을 열어 놓고 주무시라고 얘기 좀 하려고 봤는데 그렇게 돼(쓰러져)있으시더라고요. 아래쪽에 연탄이랑 타 있더라고요.]
숨진 류 씨의 가족으로는 지적 장애 1급인 세 살 위 언니 뿐입니다.
류 씨는 "할 만큼 했는데 지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류 씨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집에서 홀로 아픈 언니를 돌봤습니다.
마트에서 틈틈이 번 돈과 정부가 언니에게 지원하는 25만 원이 생활비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월세도 두 달 밀린 상황이었습니다.
유일한 재산인 월세 보증금과 함께 자신의 장기는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유서에 적었습니다.
남은 언니를 좋은 시설 보호소에 보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류 씨는 2년 전 언니를 시설보호소에 맡겼다가 한 달 전 함께 살고 싶어 언니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장애인 보호 시설 관계자 : 집에서 동생이 데리고 있으면서 낮시간에만 시설 보호를 하고, 저녁에 (집으로) 데리고 오겠다 이렇게 계획해서 데리고 나간 겁니다.]
하지만 언니를 보살피며 생계를 유지하느라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언니가 손을 떨면서도 함께 목숨을 끊기를 거부하는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자 류 씨 혼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강중구 TBC, CG : 변형일 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