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사우디 압둘라왕 사망에 조기 게양 논란

인권탄압 실상 외면한 저자세 외교에 비판 화살


영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90)의 타계에 조기(弔旗)를 단 것을 둘러싸고 영국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의회의 루스 데이비드슨 보수당 대표는 트위터에 "(조기를 단 것은) 그 자체로도 멍청한 짓이며, 멍청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중앙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비난글을 연거푸 올리자 루이즈 멘스 전 영국 보수당 의원이 "오늘은 보수당이 부끄럽다. 데이비드슨은 진정으로 무언가를 위해 들고 일어난 사람"이라고 거들자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은 정부 관료들이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부도덕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공세를 취했다.

지난해 보수당을 탈당해 보궐선거를 통해 독립당 소속으로 하원에 재입성한 더글러스 카스웰 의원은 "구제불능인 엘리트 관료들의 심각한 오판이 소동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녹색당의 캐럴라인 루커스 하원의원은 "조기를 걸 정도로 사우디와 관계가 돈독한 정부가 사우디 시민의 인권과 자유 보장 문제 해결에는 왜 침묵하는지 대다수 국민은 의아해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당 소속 폴 플린 하원의원도 "외국 왕실에 대한 과공(過恭) 외교의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지나친 저자세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문화미디어스포츠부의 요청이 있었으며 의전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영국 왕실에서도 공식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조기 게양이 논란을 부르는 것은 그간 압둘라 국왕 치하 사우디에서 벌어진 각종 인권 탄압 사례들 때문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실제로 사우디는 최근 의붓딸을 죽인 여성을 공개적으로 참수하는가 하면 이슬람 가치에 반하는 글을 썼다며 진보성향 블로거에게 태형 1천대와 징역 10년을 선고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의 케이트 앨런 지부장은 "부당한 재판으로 처벌받는 사우디 피해자들을 위해 올려진 깃발은 찾기 어렵다"며 "형식적인 외교보다는 다른 나라의 인권 상황 개선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찰스 왕세자는 사우디를 찾아 고 압둘라 국왕을 조문했다.

이 자리에서 캐머런 총리는 "압둘라 국왕은 평화를 추구하고 종교 간 이해를 위해 힘쓴 이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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