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원아모집 '오락가락' 정책에 학부모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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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2015년도 유치원 원아모집 중복지원자의 입학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23일 슬그머니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유치원 지원을 4회로 제한하는 내용의 원아모집 개선안을 발표해 유치원 현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린 지 2개월여 만에 내놓은 맥빠지는 결론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발표 내용 어디에도 교육청 방침을 믿고 중복지원을 포기해 손해를 입은 지원자들에 대한 구제책은 없었다.

사실 시교육청이 개선안을 내놓은 직후부터 학부모들과 유치원 현장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시교육청은 중복지원을 제한하면서 정작 중복지원자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지, 적발될 경우 어떤 처분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은 제시하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

중복지원 여부를 놓고 눈치작전을 펼치던 학부모의 민원과 불만이 빗발치자 원아모집 추첨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일에서야 '중복지원한 사실이 적발되면 유치원 입학을 취소시킨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교육지원청과 유치원에 내려보냈다.

지원자 명단을 교육지원청을 통해 제출받아 중복 지원자를 가려내겠다는 '엄포'도 놓았고 제출받은 자료만으로 중복지원자를 가려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는 "엑셀을 돌리면 된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이날 합격취소 방침 철회 배경에 대해 "자료를 모으기 위해서는 현장의 협조가 필요한데 유치원의 50% 정도밖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명단 파악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유를 내놨다.

지원자 명단 등 원아모집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중복지원자를 한 명도 적발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결국 시교육청은 일선 유치원의 협조 없이는 지원자의 명단조차 확보할 수 없고 유치원들이 협조해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중복지원을 제한하고 중복지원자의 입학을 취소하겠다는 정책부터 발표한 셈이다.

두 달여간 방향성 없는 정책에 끌려 다니다 시교육청을 믿고 중복지원을 포기한 지원자들은 상대적으로 선택의 기회가 제한됐지만 이들에 대한 구제책은 전혀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로부터 들어오는) 민원은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라는 것인데 정원외 입학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2개월여간 혼란과 불신만 야기해놓고 이에 대한 적절한 책임 추궁 없이 올해 초 담당 과장 한 명에 대한 문책 인사로 조용히 넘어갔다.

시교육청의 무책임한 행정에 속이 타는 것은 학부모들이다.

만 3세 여아를 둔 김모(34.

송파구)씨는 "애초에 왜 시작했으며 그 혼란을 주고 이제 와서 철회라니 우리나라는 착하고 순종적인 사람들이 손해 본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며 "유치원 때문에 전전긍긍 맘 고생한 걸 생각하면 열불이 난다"고 말했다.

5살 아이를 둔 또 다른 학부모는 "애초에 중복지원자 입학취소 방침을 추첨 직전에 뒤늦게 발표해 혼란을 자초하더니 결국엔 그 방침마저 철회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면서 백년지대계를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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