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패션업계, 인종차별 같은 몸뚱어리 차별 심각"

* 대담 : 해고 당사자 / 패션노조 대표 배트맨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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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최근 유명 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해서 논란이었죠. 그래서 이상봉 씨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이 문제를 제기했던 패션 노조가 이번에는 패션계의 황당한 인권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국내 상당수 패션업체들이 디자이너들을 고용할 때 신체 조건을 먼저 본다는 겁니다. 실력보다도 키나 몸매를 먼저 본다는 건데요. 인턴으로 채용이 됐어도 외모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바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거라고 하네요.

이런 황당한 사례 피해 당사자 한 분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요청에 따라서 인터뷰는 익명, 그리고 음성 변조로 진행합니다. 나와 계신가요?

▶ 해고 당사자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현재 패션업계에서 일을 하고 계신 상태인가요?

▶ 해고 당사자

네. 최근 패션 기업 인턴과정에서 피팅을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피팅을 이유로요? 피팅이라는 게 어떤 뜻이죠?

▶ 해고 당사자

피팅이라는 게 모델 역할을 하는 그런 거죠.

▷ 한수진/사회자:

아 모델 역할을 한다고요. 아니 디자이너를 뽑는 거잖아요? 지금 디자이너를 하시는 건데 근데 모델 역할을 해야 된다고 해서 해고가 됐다고요?

▶ 해고 당사자

네. 신체 조건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봐도 무방하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 그래요?

▶ 해고 당사자

정말 기업들은 면접자가 100명이라고 치면 100명 모두에게 신체 조건을 가장 중요하게 요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지금 남자 디자이너들도 그런 일을 겪나요?

▶ 해고 당사자

네. 제가 남자인데 남자 디자이너, 여자 디자이너 전부 포함해서 그런 일을 겪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디자이너를 모델처럼 활용을 한다, 이런 말씀이세요?

▶ 해고 당사자

네. 디자이너를 피팅 모델 겸 디자이너.. 이런 식으로 사람을 쓰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면접을 하거나 할 때도 그런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합니까?

▶ 해고 당사자

네. 포트폴리오를 보기도 전에 면접 장소에 가자마자 옷을 입으라고 먼저 건네줍니다.

▷ 한수진/사회자:

옷부터 입어봐라? 그리고 나서는요?

▶ 해고 당사자

그렇게 옷을 입고 나오면 키가 작고 통통하다. 우리 회사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고 오로지 신체 조건이 목적인 거죠.

제가 너무 절실한 나머지 살을 뺄 테니까 잡일이라도 시켜만 달라고 부탁 부탁해서 다니면서 살을 빼겠다는 조건으로 인턴을 시작해서 매일 야근을 하다 보니까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아침 새벽에 헬스도 다녔고요. 살을 빼니까 근육이 너무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근육이 많다, 이번에는요?

▶ 해고 당사자

네. 그럴 때마다 참.. 제가 뭐하는 짓일까 좌절이 심했어요. 제가 디자인한 옷은 백화점에 출시를 해서 윗분들에게 만족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신체 때문에 해고를 하시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그런 이유로 해고를 한다는 걸 또 분명히 밝혔단 말이에요?

▶ 해고 당사자

네네. 들어갈 때도 그랬고 해고를 할 때도 그랬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당신은 이 몸매 때문에 안 되겠다 이런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 해고 당사자

네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주위의 디자이너 지망생들도 그런 일들을 다 겪었다고 이야기들을 해요?

▶ 해고 당사자

네. 제가 들은 것들 중에는 우리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다. 못 생겼다. 데리고 다니기 부끄럽다. 키가 작고 뚱뚱하다. 골반뼈을 깎아야 되겠다. 셀룰라이트가 보여서 가봉에 집중이 안 된다.

▷ 한수진/사회자:

셀룰라이트가 보인다?

▶ 해고 당사자

네. 여자 친구들은 저보다 더 심한 경우가 많을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여자 디자이너들에겐 더 심하게 한다? 상당히 모욕적인 언사들인데요. 아무래도 이게 피팅 모델을 따로 고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좀 작은 기업들이 이런 꼼수를 쓸 것 같은데, 어떤가요?

▶ 해고 당사자

그런 것도 아닙니다. 모든 곳이 그렇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지원했던 회사들도 대기업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백화점에 있는 유명 브랜드였습니다. 오히려 큰 브랜드일수록 세세하게 신체 사이즈를 요구하는 경향이 큽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이런 식으로 몇 번 인턴 생활을 한 건가요?

▶ 해고 당사자

저는 총 4번 회수로 2,3개월씩 한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한 브랜드에서 9개월 동안 정말 희망고문으로 인턴 생활을 하다가 옮기고 옮기고 계속 그렇게 한 친구들도 많고요.

▷ 한수진/사회자:

신체 조건을 보지 않은 회사는 없었습니까?

▶ 해고 당사자

네. 제가 지금까지 40군데 이상 면접을 봤는데요. 대기업, 중소기업,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봤는데, 95% 이상이 신체 조건을 봤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많이 속상하셨겠는데요? 좌절감도 느끼셨겠어요?

▶ 해고 당사자

네. 제가 키가 174에 몸무게가 73kg 정도, 그냥 보통 평범한 남성 체형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시네요.

▶ 해고 당사자

평소 학교에서도 성적도 좋았고, 장학금도 받고, 수상 경력도 많이 있었는데 모델 같은 풍채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대로 일을 할 수 조차 없다는 게 괴로웠고요. 그리고 실력보다는 신체가 가능한 친구들이 잘 되는 경우를 보면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말씀만 들어봐도 상당히 모욕적인 내용까지 포함이 돼있는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해고 당사자

네,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신체 조건으로 차별을 받았다는 디자이너 지망생과 이야기를 좀 나눠봤고요. 계속해서 어제 관련 기자회견을 한 패션 노조 대표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배트맨 D 대표님, 나와 계세요?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안녕하십니까, 패션노조 대표, 배트맨 D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요즘 정말 인터뷰 자주 하게 되네요. 이런 황당한 일들이 패션계에서 많은 것 같아요. 지금 보니까 모델을 뽑는 건지 디자이너를 뽑는 건지 모르겠어요?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네. 부끄럽고 안타깝지만 대한민국 패션업계에서 인종차별과도 같은 이런 몸뚱어리 차별 문제가 있다는 게 참 가슴 아픕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이렇게 관행적으로 이런 일들이 계속돼 왔다는 건가요?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구인광고에다가 신체 사이즈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게 유럽이나 미국에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력서에 증명사진조차 사용하지 못하니까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최근에 취업난이나 경기 불황 때문에 절정에 치달은 것 같아요 이런 악행들이.

▷ 한수진/사회자:

더 심해졌다는 말씀이시군요,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네. 기업 입장에서는 시급 1,2만 원 들어가는 피팅 모델들도 안 쓸 수 있고 그리고 값싸고 만만한 인턴들을 뽑으면 정직원이 되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지 않습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일거삼득인 거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직업 선택에 있어서 용모, 인종, 나이, 성별 등의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과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아예 지원 자격에 대놓고 그렇게 신체조건을 밝힌다는 말이에요?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예. 제가 한 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이게 다 정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에요. 지금 제가 모 회사의 구인 자격요건을 보고 있는데요.

키 165~168센티미터, 어깨는 인치 사이즈인데 14 1/2인치~14 3/4인치 사이이고, 그리고 상동이라고 해서 가슴둘레는 33인치, 중동은 26인치~27인치, 그리고 엉덩이는 36인치, 몸무게는 52kg~54kg. 사이즈를 필히 적어라라고 되어 있네요.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근데 디자이너를 뽑는 게 맞아요? 모델 뽑는 거 아니에요, 모델?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근데 이게 다른 분들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한데,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아주 일반적인 사항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아까 보니까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주는 얘기도 면접관들이 스스럼없이 하는 모양이네요?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아무래도 어떤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다 보니 좀 직설적인 얘기가 오가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누구 씨는 살 빼도 안 되겠으니까 골반 뼈를 깎아야겠다. 그런 말이라든가 같이 일하는 직원들한테 너도 요즘 살찐 것 같다. 너 그렇게 먹어도 돼? 그런 말이라든가 아니면 면접 갔는데 옷 하나 던져주고 입고 나와 보세요..

▷ 한수진/사회자:

앞서도 그랬다고 하시네요. 그러다 보니까 말도 안 되는 이런 지원 자격 때문에 꿈을 접는 젊은이들도 많을 것 같아요?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많죠. 한 가지 예를 들면, 현직에 지금 예능티비에도 나오시는 유명 디자이너 특강을 제가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 분이 단적인 예로 그러시더라고요. 그 분도 명문대 패션디자인과를 나오셨는데, 10년이 지나고 보니까 동기 중에 본인 혼자 남아있더래요. 그 정도로 많은 인재들이 견디다 못해 떨어져나가고 있고 또 제가 알고 있는 지인 중에서도 정말 국내 명문대 패션디자인과를 나와서 가장 권위 있는 공모전에서 높은 상을 획득한 친구도 있는데 업계를 떠난 지 오래됐습니다. 근데 그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외국의 디자이너들도 다 이렇게 신체 조건이 좋은 건 아닌 것 같던데요?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그렇죠. 보통 국내 기업들이 항상 핑계를 대는 게 관행, 경기가 어렵다 그러는데 정말 심합니다.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거거든요.

외국에서는 정말 상식적으로 용납이 안 되는 그런 부분인데요. 샤넬의 칼 라거펠트, 루이뷔통의 디자이너, 안나 수이 같은 분들. 이런 분들은 키가 작고 뚱뚱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초일류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에는 취업이 안 되는 거죠. 이런 정말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요. 정작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우리 패션계를 일으켜 세울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 때문에 꿈을 접는 건 아닌지 정말 안타깝네요. 어제 기자회견도 가지셨고 인권위에 진정서도 제출하셨죠?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네 그렇습니다. 이런 행위들이 명백한 차별이고 차별이란 범죄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또 인권 문제이기 때문에 이건 빨리 시급히 뿌리 뽑아야 된다라는 문제의식이 있어 가지고 제출하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저희도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배트맨 D/패션노조 대표

예.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패션노조 대표, 배트맨 D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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