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의에 한 일을 알고 있다"…국회 속기록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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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국회 입법과정에서 관련 법안들을 심사한 의원들이 자신들에게까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국회 회의록시스템을 통해 모든 회의 속기록이 공개되면서 과거에 한 발언들이 뒤늦게 역풍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특히 4년마다 총선에 임해야 하는 현역 의원들은 법안심사 당시 어떤 스탠스를 취했느냐를 놓고 경쟁 후보의 거센 '태클'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낙천·낙선운동에 직면할 위험이 있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없다.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국회 속기록 공개는 2006년부터 본회의나 상임위 전체회의뿐 아니라 소위원회로까지 대상이 확대돼 구체적인 법안 심사과정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연말정산 파동의 시발점이 된 2013년 1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처리한 소득세법 개정안이다.

당시 조세소위 속기록에는 '중산층 부담이 크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세금폭탄'이라고 난리 쳐서 다 고쳐온 것"이라며 통과를 종용하고, 이만우 의원이 "그러니까 (세 부담이) 얼마 안 늘어난다"고 반응한 내용이 모두 담겨있다.

야당의 몇몇 의원들이 세제 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결국 큰 반대 없이 법안을 통과시켜줬다는 사실도 기록에 남아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당시 기재위 간사였던 김현미 의원이 최근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의 뜻을 표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달 초 어린이집 폭행 사건으로 전국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 설치하는 법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을 때도 속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됐다.

지난 2013년 6월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새누리당 신경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남인순 의원 등이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른 것이다.

이에 새정치연합 '아동학대 근절과 안심보육 대책위원장'을 맡은 남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직후 '소비자 혜택이 줄었다'는 불만이 극에 달했을 때도 어김없이 국회 속기록이 등장했다.

당시 KBS는 단통법을 심의한 2013년 12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을 분석한 결과 단통법과 관련된 18쪽 중 삼성전자 영업정보 보호에 관한 내용이 14페이지로 78%를 차지한 반면, 소비자 부담과 직결되는 조항에 대한 심의는 2페이지에 그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3명이 연루된 '입법로비' 의혹 사건에서는 속기록이 해당 의원들의 연루 여부를 가리는 근거 자료로 회자되기도 했다.

특히 삼표이엔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의 경우 지난 2012년 7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발언을 검찰이 속기록을 통해 파악, 로비를 받은 정황증거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기록 발언 외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반 의원들의 실명이 공개된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2013년 12월31일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 때 반대표를 던진 6명의 이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반면, 현 야당 지도부와 유력 당권주자들이 찬성한 사실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나중에 문제가 되면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으니 법안 심사 하나하나가 더 신경이 쓰인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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