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인질 사태에 아베의 중동 외교 비판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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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2명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 추정되는 세력에 살해될 위기에 처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중동 외교에 대한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인질의 생사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당장은 IS와 일본 정부라는 대립 구도 때문에 이런 논의가 본격화한 단계는 아니지만, 사태의 진행 상황에 따라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제2차 내각을 출범한 이후 5차례에 걸쳐 중동을 방문하는 등 일본의 에너지 공급처 관리에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보여준 친이스라엘 성향 등이 결국에는 과격파를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와 관련해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이나 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 견해를 22일 소개했다.

노나카 아키히로(野中章弘)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는 일본이 중동에 대해 보여준 "이중적인 기준"이 아랍권의 분노를 샀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가 이번에 인도적 지원을 위해 2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작년에 어린이 500명을 포함해 2천 명 이상이 사망했음에도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지 않았고 일본도 그 가운데 한 국가로 보인다고 노나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일본인이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히 예측 가능했고 이럴 때를 위해 외교관은 평소 부족장 같은 유력자와 교분을 쌓아야 한다"며 "일본의 외교력이 매우 약해졌다"고 비판했다.

우스키 아키라(臼杵陽) 일본여자대학 교수(중동현대사)는 인질을 억류한 괴한이 일본이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고 표현한 것에 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이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견한 이후의 행동을 지적한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내건 적극적 평화주의도 확실히 이런 움직임의 연장선이라고 IS는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랍의 봄 이후 중동 정세가 크게 변했음에도 일본 외교가 미·일 동맹 외에는 확실한 기치가 없는 상태라고 평가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중동외교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우스키 교수는 특히 미·일 동맹이라는 명목에 따라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중동에 들이밀면 일본이 "테러세력의 적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며 "이에 관해 아베 정권과 일본인이 각오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일본 정부는 동영상의 괴한이 인질극의 이유로 지목한 2억 달러 지원 계획이 비군사적·인도적 성격을 지닌 것이라는 점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신문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단순히 2억 달러만의 문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치구 공격으로 국제사회에서 비판받는 이스라엘에 일본이 너무 다가선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조차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상황에서 일본이 2013년 이스라엘이 도입 예정이 F35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작년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일본에 오는 등 양국이 눈에 띄게 가까워진 것이 위험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오카 마리(岡眞理) 교토대 교수(현대아랍문학)는 "(아베) 총리는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한다고 말하지만, 중동 불안의 근원은 이스라엘"이라며 "그런 국가와 함께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일본인이 IS뿐만 아니라 다른 이슬람 과격파의 표적이 되는 구실을 주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의 위기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군사전문가인 오가와 가즈히사(小川和久) 시즈오카(靜岡)현립대 특임교수는 2013년 알제리 인질 사태 때 일본 정부가 전용기를 보내는 데 6일이나 걸렸다며 일본이 '노 액션 토크 온리'(No Action, Talk Only,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 즉 '나토'(NATO)라는 비아냥거림도 있다고 소개했다.

알제리 인질 사태 때 일본인 10명이 사망한 것은 자위대가 자국민 구출을 위해 외국에 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의의 근거가 됐으며 이런 관점에서 이번 인질 사태도 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오히려 자위대 역할 강화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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