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고층 아파트 화재 안전지대 아니다


25층짜리 고층아파트에 불이 났다고 가정할 경우 아파트 주민들이 건물 내부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고가 사다리차가 최대 17층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황이 실제 지난 17일 청주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날 오후 10시 40분 청주시 분평동 2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실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습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도착하자마자 진화를 위해 고가 사다리차를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고가 사다리차는 옥상까지 닿지 않았습니다.

이 아파트 발화지점은 지상 70여m 지점이었지만 고가 사다리차가 접근할 수 있는 최고 높이는 50여m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소방관들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소화전을 이용해 진화에 나서고서야 40분 만에 불길을 잡았습니다.

이 사이 주민 5명이 연기를 흡입,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주말 휴식을 취하던 260여 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청주의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는 18개 단지, 251동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두산위브더제니스(2009년)와 복대동 신영 지웰시티(2010년)는 각각 41층과 45층에 달하는 초고층 아파트입니다.

초고층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투어 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화재에는 취약한 상태로 노출돼 있습니다.

충북지역 소방서 11곳이 보유한 고층 화재 진압 장비는 고가 사다리차 9대와 굴절 사다리차 13대 등 22대입니다.

하지만 고가 사다리차는 52m, 굴절 사다리차는 27m 높이밖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17층을 넘어가는 고층 건물에서 불이 날 경우 무용지물이 되는 셈입니다.

초동 진화에 필요한 소방헬기가 1대 있지만, 인명 구조용이어서 산림청 화재진압용 헬기에 신세를 지는 실정입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은 비단 충북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12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나 2010년 부산에서 발생한 38층짜리 오피스텔 화재도 소방 장비 부족 등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소방관계자들은 초고층 건물에 접근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스프링클러와 화재 방어벽 등 자체 화재진압 시설 구축, 철저한 비상대피 훈련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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