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방산비리 키운 검찰들…덮고 또 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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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은 전 해군참모총장인 정옥근 예비역 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정옥근 씨는 예비역이긴 해도 4성 장군이고 합수단 출범 이후 방산비리 수사 대상에 오른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정옥근 씨가 해군 참모총장이던 2008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 행사 때 정 씨의 장남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STX 엔진의 돈 7억원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정 전 총장 아들 역시 해군 장교 출신인데요. 그의 회사가 관함식 때 요트대회를 열었고 함정 엔진 제조업체인 STX 엔진은 요트대회를 광고로 후원했습니다. 해군 함정 엔진 만드는 회사가, 해군이 주최하는 큰 행사에서, 해군 참모총장 아들이 여는 이벤트에 큰 돈을 댄 것입니다. 그해 12월 STX 엔진은 735억원 규모의 해군 고속함 디젤엔진 등을 수주했습니다. 기가 막힌 구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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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취재파일 6

합수단이 이를 수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합수단의 규모와 실력을 감안하면 그다지 어려운 수사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 검찰이 똑 같은 사건을 여러 번 수사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4년 전인 2011년에도 정 씨 부자의 똑같은 혐의를 잡고 검찰이 수사했습니다. 군 검찰은 그보다 앞서 같은 사건을 손댔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당연히 빈손이었습니다. 그런데 합수단은 완전히 새로운 사건인 것 마냥 정옥근 씨와 그의 아들, STX 엔진을 수사하고 나섰습니다. 코미디입니다.

● 비리 덮었나? 못찾았나?

대전 지검 특수부는 2010년 전역한 정옥근 씨를 이듬해 봄 수사합니다. 2008년 정 씨 아들 회사로 흘러들어간 STX 엔진의 돈 7억원의 흐름과 지급 사유 등을 캤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MB 정권이었고, 정옥근 씨는 MB가 임명한 해군 참모총장이어서 그랬을까요. 수사 결과는 없었습니다.

그해 2월 먼저 정옥근 씨를 내사한 쪽은 대검 중수부입니다. 대검 중수부는 광범위한 내사 자료를 대전 지검으로 넘겼습니다. 거물 잡기가 전공인 대검 중수부가 한 해 전에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거물의 수사를 지방으로 내려 보낸 것부터가 수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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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서 군 검찰도 같은 사건을 놓고 차명 계좌들도 두루 확보했지만 덮었습니다. 세 검찰이 어떤 이유에선지 해결하지 못한 사건입니다. 시간도 4~5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과거 수사 여건이 현재보다 훨씬 좋았을텐데 지금 다시 정옥근 씨 사건 열어본들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요? 방산비리 합수단이 정옥근 씨를 이번 건으로 기소하면 대검 중수부와 대전지검 특수부, 군 검찰은 심하게 무능하거나 고의로 수사를 소홀히 했다는 방증밖에 안됩니다. 검찰은 당시에 정옥근 씨의 자잘한 비리 몇 건만 잡아내고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 軍  비리 키우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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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 취재파일 코너를 통해 수차례 제기했던 합참 신청사 전쟁지휘소 EMP(전자기파)탄 방호시설 부실공사 의혹도 군 검찰은 수년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멀찍이 뒷짐 지고 있었습니다. 여러 언론 매체들이 시비를 걸자 지난해 마지못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보나 마나입니다. 늘 이런 식입니다.

검찰이나 군 검찰이 엄정하게 군 비리를 수사해 왔으면 지금 같은 방산비리 사태는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어지간한 비리는 그냥 눈 감아주기 일쑤였으니 돈 맛에 길들여진 장교들은 검찰 수사를 무서워할 리가 없습니다. 방산비리의 상징인 통영함이 엉터리로 건조되던 시점도 정옥근 씨가 해군 참모총장 취임해서 전역하고 수사받던 때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왜 검찰들은 비리를 덮고 넘어갔을까요? 그 원인을 수사하는 편이 방산비리를 근절하는 빠른 길일지도 모릅니다. 방산비리 합수단은 흘러간 옛 노래같은 사건, 벗은 군복 색 바랜 지 오랜 예비역들 건드리느니 먼저 지금 하고 있는 수사가 과거에 중단된 이유를 캐보십시오. 거악(巨惡)은 그 곳에 웅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정옥근 씨 수사하다 멈춘 장본인, 현재 방산비리 합수단에 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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