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과격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 즉 IS가 일본인 2명을 인질로 잡은 채 몸값을 주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동영상이 오늘(20일)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동영상에서 IS 대원으로 보이는 복면 괴한은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인질 두 명과 함께 등장해 "72시간 안에 몸값으로 2억 달러, 우리 돈 2,180억 원을 지불하지 않으면 일본인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질은 지난해 8월 IS에 억류된 유카와 하루나 씨와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 씨로 알려졌습니다.
동영상 속 괴한은 중동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총리가 최근 이집트 연설에서 IS 대책으로 약 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을 일본인 살해 협박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괴한은 동영상에서 "일본 정부는 IS와 싸우는 데 2억 달러를 쓰는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면서 "일본 국민은 일본인의 목숨을 구하도록 2억 달러를 내는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정부를 압박할 72시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 속의 괴한은 칼을 든 채 영어를 사용했습니다.
AP통신은 이 괴한이 과거 영국과 미국 인질을 참수할 때 등장한 영국 국적의 대원과 닮은 인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사람의 목숨을 구실로 협박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테러 행위이며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두 일본인을 즉각 풀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난민을 구하고 식량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이라며 괴한이 문제 삼은 2억 달러 지원 계획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는 인질범과 협상하거나 몸값을 제공할 것인가에 관해 "사람 목숨을 최우선으로 대응한다"면서 "국제사회가 테러에 굴하지 말고 단호하게 협력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관저대책실을 설치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외무성 부대신을 현지에 파견키로 했습니다.
외무성도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긴급 대책 본부를 설치했습니다.
이번 동영상은 IS의 언론담당 알푸르칸이 제작한 것으로 보이며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어제 올라왔습니다.
유튜브 측은 오늘 오후 영상 내용이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다며 삭제했습니다.
유카와 씨는 도쿄 소재 민간 군사업체인 'PMC'의 최고경영자로, 지난해 시리아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8월 유튜브에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유카와 씨를 붙잡아 질문하는 장면 등을 담은 영상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고토 씨는 미야기 현 출신으로 도쿄에서 '인디펜던트 프레스'를 설립,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분쟁 지역에 대한 여러 논픽션 저작물을 출판했습니다.
NHK에 의하면 고토 씨는 주변에 "유카와 씨를 구출하러 간다"면서, "다만 위험하기 때문에 시리아에는 입국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고토 씨는 에이전트 등의 도움을 받아 시리아에 입국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고 NHK는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