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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물거품 된 '아랍의 봄'…군부 억압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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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대 문화의 상징 기자 피라미드입니다.

겨울 성수기를 맞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가까운 유럽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 국적도 다양합니다.

2011년 시민혁명 이후 4년 가까이 혼란을 거듭하는 이집트 정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마르셀라 실버/브라질 관광객 :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건 이집트인의 문제이지 관광객과는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말 관광객이 전년보다 30%가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무바라크 독재에 항거해 일어났던 시민혁명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치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혁명 이전의 절반 수준이고, 실업률은 2배로 치솟았습니다.

군부 정권의 억압은 여전합니다.

2013년 여름, 민선 정부를 쿠데타로 몰아내고 집권한 엘시시 대통령은 1년 반 사이 사회 혼란과 체제 전복을 구실로 1만 5천 명을 구속했습니다.

400명에게는 사형까지 선고했습니다.

5명 이상 모이면 당국의 허가를 받는 규정을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옥죄고 있습니다.

엘시시 정권은 2011년 시민혁명 당시 유혈진압으로 종신형에 처해졌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선물했습니다.

오는 25일이면 이집트 시민혁명 4주기가 되지만, 민주화의 결실은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라 엘 마스리/이집트 사상과 표현의 자유연합 : 이집트 상황은 정말 암울합니다. 2011년 거리에 나섰던 젊은이 가운데 많은 이가 숨지고 실명까지 했지만 얻어낸 게 아무것도 없어요.]

사회 혼란은 무바라크 시절보다 악화됐습니다.

대학가에선 반 군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카이로의 한 유명대학에선 교내 폭력시위 혐의로 71명의 학생이 무더기 퇴학을 당했습니다.

시나이 반도 북부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준동으로 무법지대가 됐습니다.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는 어느덧 카이로 도심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재스민 혁명'으로 대표되는 튀니지만이 민주적인 헌법 개정을 통해 지난달 첫 민선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하지만 당선된 88세의 에셉시 대통령이 옛 독재정권의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과거로 회귀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민주화 열풍이 스쳐 간 시리아와 리비아, 예멘 다등은 아직도 내전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4년 전 민주화의 열망과 함께 타오른 '아랍의 봄'은 시간이 흐를수록 허망한 잿더미로 으스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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