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 '한심 행정' 3종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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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스포츠와 관련된 경력은 전혀 없습니다. 이런 인물이 장관에 부임하자 체육계에서는 그의 전문성 부족을 들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에 대한 걱정을 참 많이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기우(杞憂)이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안가 바로 깨지고 말았습니다.

① 갈팡질팡 행정

김종덕 장관이 취임한 이후 처음 보여준 것은 ‘갈팡질팡 행정’이었습니다. 문체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장소를 원래 계획했던 평창에서 강릉으로 이전하려고 했습니다. 올림픽 헌장에는 “개폐회식은 반드시 Host city에서 열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Host city는 당연히 강릉이 아니라 평창입니다. 문체부가 올림픽 헌장을 무시하면서까지 개폐회식장의 강릉 이전을 추진한 이유는 경비 절감이었습니다.

문체부의 시도에 평창 주민들이 바로 들고 일어났습니다. 올림픽 반납까지 불사하며 거세게 항의하자 문체부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강릉 이전이 국가를 위해 이익이 된다면 장관직을 걸고서라도 평창 주민에 대한 설득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문체부는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로 강릉 이전을 너무 쉽게 철회하고 말았습니다. 김종덕 장관은 장관이자 국무위원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으로서 최소한의 소신이라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개폐회식장 강릉 이전은 전임 유진룡 장관부터 추진했던 사안으로 김종덕 장관에게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② 뒷북 행정

지난 15일 한 방송사에 의해 평창 스키점프대 결함 문제가 보도됐습니다. 스키점프대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4년 동안 국제대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입니다. 2014년 8월에는 국제스키연맹(FIS)로부터 “올림픽은 물론 국제대회를 도저히 치를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국제스키연맹의 통보는 평창 조직위와 대한스키협회에 나란히 전달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공무원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 누구도 당장 수리하지 못했습니다. 수리에 필요한 정부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종덕 장관이 관련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가 궁금합니다. 가능성은 결국 2가지입니다. 문체부 담당 실무자가 보고하지 않아 1월15일까지 스키점프대 결함 사실을 몰랐을 경우 아니면 사전에 알았지만 5개월 동안 방치한 경우입니다. 어느 경우든 김장관과 문체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김종덕 장관은 방송 보도가 나간 직후에 “60억원의 예비비를 동원해서라도 올해 안에 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예비비를 그리 쉽게 동원할 수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뒷북 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

③ 생색내기 행정 의혹

 김종덕 장관은 토요일인 지난 17일 평창 스키점프대를 직접 점검하며 평창 조직위 관계자에게 보고까지 받았습니다. 그 많은 날을 놔두고 하필 휴일에 조직위 직원을 호출해 급히 보고를 받아야 했는지 일단 의문이 듭니다. 김종덕 장관은 대한스키협회장인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과 함께 평창에서 스키 국가대표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문체부는 16일 오후 5시에 각 언론사 기자에게 김종덕 장관이 신동빈 회장과 함께 스키 코스를 점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금요일 오후 5시는 긴급한 일이 아니면 언론사에 어떤 공지를 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대한스키협회 고위 관계자는 SBS와 통화에서 “문체부가 스키협회에는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 금요일(16일) 오후에 롯데그룹 비서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회동을 성사시켰다. 급한 사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사무관은 “신동빈 회장이 16일부터 18일까지 평창을 방문하는 일정이 미리 잡혀 있었다. 스키협회에서 김종덕 장관과의 회동을 먼저 요청해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신동빈 회장을 불러낸 것이 절대 아니다"며 관련 증빙 메일을 저에게 보내줬습니다. 김종덕 장관이 신회장과 원래 만나기로 돼 있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방송 보도가 나온 지 이틀만에 이뤄졌다는 해명입니다. 문체부 장관이 현장에서 뭔가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 신회장과 국가대표를 만난 것인지 아니면 문체부 주장대로 우연의 일치인지는  더 심도있는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롯데그룹 관계자와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김종덕 장관은 부임한 지 5개월 정도에 불과하지만 마치 5년이 된 것처럼 숱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청와대 지시로 노태강 전 체육국장이 경질된 것을 놓고 김장관은 “업무 능력이 떨어져서 전보된 것이 아닐까”라는 극언을 했습니다. 노태강 전 국장은 문체부 인사 고과에서 상위 등급을 받은 사람으로 김장관과는 단 하루도 함께 근무한 적이 없습니다.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평가한 것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의 핵심이자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1년 정도가 올림픽의 성공을 가를 중대 시기입니다. 문체부의 수장인 김종덕 장관이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과 행태를 고려하면 한숨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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