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략가 박경훈 "대표팀, 8강서 살아나면 亞컵 우승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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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이 슈틸리케호에 성원을 당부했다. 프로축구 무대에서 지략가로 명성을 쌓았던 박경훈 감독은 특히 8강전을 대회 분수령으로 꼽았다. 토너먼트 대회의 우승전략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제주 사령탑을 지냈던 박경훈 감독은 오는 19일 호주행 비행기에 오른다. SBS 해설위원으로 한국의 8강전 경기부터 2015 호주 아시안컵 중계부스에 앉는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평소 박경훈 감독을 아는 지인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콤비를 이루는 것은 배성재 캐스터와 박문성 해설위원이다.

아무리 양쪽 날개가 든든하다고는 해도 요즘 방송가에서 축구 해설만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곳도 없다. 완벽주의자인 박경훈 감독 역시 '해설위원'이라는 낯선 직함을 수락하자마자 대상포진에 걸렸다고. 이왕이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스트레스는 한계치를 넘어섰다. 편히 쉴 수도 있었을텐데 왜 굳이 '마이크 전쟁터'에 뛰어들었느냐 물었더니, 그는 슬쩍 웃으며 "자철이 보러 간다"고 에둘러 답한다.

사실 지금 슈틸리케호에는 박경훈 해설위원의 가르침을 받았던 선수들이 유독 많다. 제주에서 뛰었던 구자철을 필두로 골키퍼 김승규, 미드필더 한국영, 공격수 남태희 등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청소년 대표팀을 맡았던 시절 발탁한 선수들이다.

세상의 그 어떤 축구인도 그라운드 그리고 제자들에 대한 그리움을 버리기 쉽지 않다. 박경훈 감독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가 슈틸리케호의 남은 일정을 우승까지 함께 하고픈 이유는 단순한 애정때문만은 아니다. 지략가의 전망에는 나름의 '분석'과 '전제'가 있다. 

"우리 대표팀이 예선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많다. 그런데 토너먼트 대회는 사실 8강전 경기가 무척 중요하다. 8강에서 경기력이 살아나고, 팀 전력만 충분히 받쳐준다면 우승도 가능한 것이 토너먼트 대회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대회 개막 전부터 8강 일정에 맞춰 선수들 컨디션이나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것이 전략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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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감독은 곧이어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전력이 객관적으로 호주, 이란, 일본에 비해 약하다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결승전에 가게 되면 승부는 종이 한 장 차이이다. 55년 동안 우리가 우승을 못한 것은 매번 전력이 약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대표팀에 있던 88년에 준우승을 했는데 그때 승부차기에서 사우디에 4대3으로 졌다. 토너먼트 대회 우승이라는 것은 운도 필요하고, 팀 분위기도 중요하고,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8강, 4강을 거치면서 팀이 '모먼트(moment)'를 타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대표팀을 부르는 말 중에 '투르니에르만샤프트(turniermannschaft)'라는 단어가 있다. 각종 청소년 대회를 비롯해 월드컵에만 나가면 적어도 4강에 오르고야마는 전차군단의 무서운 정신력을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일종의 '토너먼트 유전자'를 말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조별예선부터 선수들을 무리해서 기용하지 않은 데에는 어쩌면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아시안컵 우승은 우리 대표팀의 절대적인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8강 상대가 누가됐든 그 경기는, 슈틸리케호의 아시안컵 우승 가능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듯 하다.

[사진제공:연합뉴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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