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누구 편드나"…광주-대전 틈에 낀 충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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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KTX) 경유 노선을 둘러싸고 대전시의 서대전역 포함 요구가 거세지면서 충북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요구가 관철되면 호남고속철이 '저속철'로 전락한다며 광주시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구도에서 충북도로서는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가 거북한 상황이다.

충북도는 국토교통부 결정을 기다려보자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16일 도청 기자실을 찾은 조병옥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은 호남고속철의 서대전역 경유에 대한 도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토부 방안이 나오면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말을 아꼈지만 충북도는 광주시의 논리를 내심 지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전시의 요구가 수용돼 호남고속철의 서대전역 경유가 성사된다면 일부 열차가 이곳에서 불과 36.2㎞ 거리에 있는 오송역에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송역을 세종시와 중부권의 관문으로 육성하겠다며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위상 강화에 공을 들이는 충북도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전날 국토부 주재로 열린 호남고속철 운행계획 관련 회의에서도 충북도는 고속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운영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서대전역을 경유하게 되면 광주 송정역에서 서울 용산역까지 호남고속철 운행 거리는 29㎞ 더 늘어나는 데 불과하지만 운행시간은 1시간 33분에서 47분이 더 소요된다.

충북도가 합리적인 운영계획을 요구한 것은 결국 호남고속철이 '고속철'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서대전역을 경유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입장을 에둘러 드러낸 것이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경유지가 늘고 운행시간이 길어진다면 오송역에는 좋을 게 없다"면서 "광주시가 우리와 같은 논리를 강력하게 펴는 상황에서 굳이 대전시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충청권 시·도지사 4명이 참석하는 '충청권 광역 행정협의회'에 낀 충북도로서는 정책적 협의 대상인 대전시와 굳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 협의회를 통해 충북도는 충청권 상설협력기구 설립, 청주국제공항 활주로 개량, 중부고속도로 확장 등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는 상황이다.

호남고속철 노선을 둘러싸고 갈등이 노정되면 현재 추진 중인 다각적인 충청권 협력 사업이 삐걱거릴 수도 있다.

열차 운행 한 달 전에 표 예매가 이뤄지는 만큼 국토부는 관련 시·도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까지 호남고속철의 노선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충북도는 이때까지 오송역에 지장을 주는 노선을 피해달라는 취지의 '낮은 톤'으로 대전시 자극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국토부를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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