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군대에서 야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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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연천군에 위치한 육군 제5보병사단과 자매결연 협약식을 가졌다.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가 난데없이 전방의 군부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군대 내에 야구 저변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KBO는 군에 야구 장비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장병들이 부대 내에서도 쉽게 야구를 접할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은 단연 축구다. 군대에 축구가 널리 퍼진 가장 큰 이유는 큰 돈 안들이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터와  골대 2개, 그리고 축구공 하나면 가능한 축구야말로 군대에 최적화된 종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야구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장비가 필요하고, 기본적인 규격을 갖춘 야구장도 있어야 한다. 딱딱한 야구공에 대한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대대장이 야구 마니아가 아니라면 장병들에게 야구를 권장하는 부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있기 있는 스포츠이고, 동호인 숫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군대에 분명히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장병이 있겠지만, 이런저런 여건 때문에 좋아하지도 않는 다른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육군 5사단의 야구 보급은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5사단은 부대 내에 정식 야구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대신 고무공을 사용하는 연식야구를 보급해 정식 구장 없이도 손쉽게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사단 내에 30개의 연식야구 클럽을 만들어 대회도 연다. KBO는 이에 1억원의 후원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또 5사단 인근에는 연천베이스볼파크라는 정식 규격의 야구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우수창 대표는 군부대 야구 보급에 앞장서 왔던 인물로, 주말이나 공휴일, 장병들을 위해 이곳을 개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야구는 장병들의 군생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임에 틀림없다. 야구의 장점은 ‘여백의 미’다. 플레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이닝과 아웃카운트, 그리고 투구마다 쉼이 반복된다. 다른 어느 종목보다 선수들 간에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최근 잦은 군기강 해이 사고로 말썽을 빚고 있는 군대에서 야구가 선, 후임 장병간 대화의 장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육군 5사단의 야구보급, 선수들을 살린다

야구계가 이번 자매결연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은 또 하나 있다. 바로 선수 출신들이 군대에 가서도 중단 없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KBO와 5사단의 이번 자매결연 협약서에는 <야구특기자들이 부대 운영에 제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현역으로 군대에 가는 선수들은 상무나 경찰야구단이 아니면 2년간 야구를 쉬어야 했다. 상무나 경찰에 들어가려는 선수들의 경쟁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올해부터 경찰야구단의 정원까지 40명에서 37명으로 줄었다. 바늘구멍은 더욱 좁아졌다. 결국에는 이름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무명급 선수나, 아마추어 선수들은 할 수없이 야구와 전혀 관계없는 일반병으로 입대한다. 야구는 매우 예민한 스포츠라, 군대 2년의 공백 탓에 결국 야구를 포기한 선수는 부지기수다.

야구계는 5사단의 연식야구클럽 운영을 통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체계적인 훈련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투수는 공을 던지고, 타자는 배트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라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출발은 미약하다. 정식야구도 아닌 연식야구다. 하지만 5사단을 시작으로 야구를 원하는 군장병들이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자리 잡길 기대한다. 

[사진제공:KBO]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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