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늘의 연애' 진상녀와 호구의 썸…진부하고 안일한 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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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사로잡으려면 말이야. 딱 두 가지야. 벽으로 밀어부치던가 아니면 끝까지 지켜주던가"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의 여주인공 현우(문채원 분)가 준수(이승기 분)에게 말하는 '여자를 사로잡는 필사기'다. 

언젠가 '마녀사냥'에 출연한 문소리가 말했다. "여자가 문화재야. 뭘 지켜!"라고. 여자를 사로잡는 방법을 진도로 설명하는 것도, 그 진도라는 게 선을 넘거나 지키는 것으로 이분화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오늘의 연애'가 말하는 '오늘'은 'Today'일까. 'Nowadays'일까. 어느 쪽이라고 해도 영화와 제목은 따로 논다. 이 작품은 오늘의 사랑도 오늘날의 연애 풍속도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우(문채원 분)와 준수(이승기 분)은 18년 째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소꿉친구 사이다. 현우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기상캐스터고, 준수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각자의 연애 기상도는 그리 밝지 못하다. 현우는 회사의 유부남 PD 동진(이서진 분)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고, 준수는 사겼다 하면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유통기한 연애로 늘 가슴이 시리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근거리에서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친구 사이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 날씨 여신의 우아한 이미지와 달리 현우는 별난 술버릇을 지닌 애주가에 입만 열면 육두문자를 내뱉는 왈가닥이다. 준수는 이런 천방지축 친구를 한결같이 보살핀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술자리에서 키스를 나누게 되고 오랜 우정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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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애'는 트렌디한 척만 하는 올드한 감성의 로맨틱 코미디다. 시작부터 영화는 사자성어를 활용한 언어유희를 내세워 웃음을 자극하고, SNS 이모티콘을 활용한 자막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 있는 연애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 연애와는 거리가 있다.

영화는 '썸'이라는 화두를 전면에 내세우며 홍보했다. 이 단어는 사랑인지 불장난인지 모르는 젊은이들의 복잡미묘한 연애 심리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 복잡미묘한 심리를 날카롭게 묘사하지도, 흥미롭게 재해석하지도 못한 채 변죽만 울린다.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세상이지만, 그건 그만큼 요즘 사람들에게 사랑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계산과 해석을 필요로 하고, 경쟁과 승부가 도입되기도 한 젊은 남녀의 연애 풍속도가 이 영화에는 없다. 

로맨틱 코미디는 많지 않은 예산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장르지만 이때 아이디어와 개성이 관건이다. 

'오늘의 연애'는 이야기가 재밌지도, 형식이 참신하지도 못하다. 뻔한 이야기와 익숙한 캐릭터에서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재탕에 가깝다. 문채원이 분한 진상녀 캐릭터는 전지현을, 이승기가 분한 호구 캐릭터는 차태현이 대입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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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현우와 준수의 연애담에 대한 공감지수가 낮다. 보편성을 가장하며 관객의 공감을 유도하지만, 이들의 연애에 공감하기 힘들다. 독특한 두 남녀 캐릭터의 이상한 연애담이 있을 뿐이다. 

진부한 마무리도 아쉽다. 현우와 준수의 사이에 관계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부터 두드러지는 안일한 전개와 뻔한 마무리는 앞선 장점들도 희석시킨다. 

영화의 발견은 문채원이다. TV 드라마에서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각인됐던 문채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다양한 끼를 가진 연기자임을 입증해 보였다. 영화가 유발하는 웃음 역시 문채원의 개인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채원과 이승기, 이서진의 캐스팅은 이미지와 절묘하게 떨어진다. 정준영과 박은지의 경우 기본기가 부족한 연기로 몰입을 방해한다. 또 CJ사단이라 할 수 있는 카메오의 등장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의 연애'는 지난 14일 개봉해 첫날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다. 연초를 맞이해 극장가를 찾은 커플의 구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극장가 유일의 데이트 무비로서의 경쟁력을 가진 이 영화가 장기 흥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개봉. 118분. 15세 관람가.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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