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서 '북한 풍자 연기'는 인종주의 발상 논란

미 주요 언론 지적…한국계 코미디언 마거릿 조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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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계 코미디언이 북한군 여장교로 분장하고 북한을 조롱하는 코믹 연기를 펼친 데 대해 '인종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들은 한국계 유명 코미디언 마거릿 조(46)가 전날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북한 풍자 개그를 하면서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고무시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상식 연출팀은 조 씨의 코믹 연기를 가미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 개봉이 북한 측 반발로 무산될 뻔한 사실을 상기시킬 의도였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조 씨의 개그가 '풍자적'이라기 보다 '인종주의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씨는 사회자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로부터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새 회원이자 잡지 '무비스 와우'의 객원기자인 북한군 장교 조영자"라는 소개를 받고 카메라 앞에 나타났습니다.

세련되지 못한 화장에 무표정한 그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표지모델로 실린 가짜 잡지 '무비스 와우'(Movies Wow!)를 들고 메릴 스트리프와 기념사진을 찍은 뒤 무대에 올라 "쇼를 즐기고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북한에 이런 쇼는 없다"는 내용의 말을 엉터리 영어 발음으로 답한 뒤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로 걸어나갔습니다.

이런 조 씨의 연기는 유쾌한 웃음 대신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시청자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 씨가 북한 사람 흉내를 내면서, 아시아계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전근대적 수법의 개그를 했다"며 "행사 최악의 장면들이었다"고 반감을 표했습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SNS에는 "조 씨가 한국인(아시아계)이라고 해서 아시아계를 조롱하는 인종주의적 언행을 해도 괜찮은가", "누가 이 같은 발상을 승인했나" 등의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또 AP통신은 "일각에서는 '조 씨가 백인 비위를 맞추며 들러리를 서는 연기를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재미있기는커녕 역겨웠다'며 일침을 가했다"고 전했고, 워싱턴포스트(WP)가 주목한 한 시청자는 "조 씨가 한국인인 자기 어머니를 소재로 웃음을 유발할 때보다는 나았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조 씨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에게 이런 코미디를 할 권리가 있다면서 "나는 남한과 북한 양쪽에 가족의 기원을 두고 있다. 당신(북한)이 내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고 굶주리게 하고 세뇌시켰기 때문에 조롱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고교를 중퇴하고 코미디계에 입문한 조 씨는 ABC방송이 1994년 미국 방송사상 최초로 아시아계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만든 시트콤 '올 아메리칸 걸'에서 주연을 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2011년 티나 페이가 제작하고 주연으로 출연한 NBC방송의 코미디 시리즈 '30 록'(30 ROCK·2006~2011)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을 맡아 에미상 게스트 여자배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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