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 행사에 '주역' 푸틴 불참

폴란드, 내부 반발 우려 27일 행사에 공식 초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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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에 의한 인종학살이 자행된 폴란드 남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오는 27일(현지시간) 해방 70주년을 맞는다.

이날 열리는 기념식에는 각국 정상과 행정부 수반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지만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용자 약 150만명이 숨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소련군이 해방했고 홀로코스트(나치의 대학살)로 숨진 유대인 상당수가 소련 국적자라는 점에서 푸틴의 부재는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푸틴은 10년 전 60주년 행사에는 다른 정상들과 함께 참석했다.

푸틴이 빠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 이번 행사에 불참하게 된 데는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행사의 주최자 격인 폴란드는 초청 대상을 놓고 외교 의례 측면에서 미묘한 행보를 보였다.

외국 대표들에게 발송된 공식 초대장의 발신인은 폴란드 정부가 아닌 행사 공동진행자인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국립박물관과 국제아우슈비츠협회(IAC)로 명기됐다.

폴란드 정부는 또 외국 국가들에 외교상의 통지 형식인 '구상서'(note verbale)를 보냈다.

이를 공식 초대장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

폴란드가 이런 형식을 취한 것은 현 정부가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지 않아 푸틴에게 공식 초대장을 보냈을 때의 역풍을 고려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폴란드는 특히 1년 안에 대선과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많은 폴란드인은 러시아가 지난해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세력이 중앙정부에 반기를 든 이후 불안한 눈길로 이 사태를 주시해왔다.

러시아도 폴란드의 이런 예상치 못한 행보를 모욕으로까지 받아들이면서 이번 행사에 푸틴 대통령이 불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자국 최고위 관리들의 참석을 원한다면 공식 초대장을 보내야 한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고 폴란드도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태도여서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푸틴의 참석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유대인 공동체의 한 고위인사는 "나치에 대한 승리는 서방 동맹국뿐만 아니라 소련군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집단적 개입에 따른 것"이라며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일에 정치가 끼어들어 한 나라를 배척하는 것은 불행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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