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립대 총장 퇴짜 '갑질'…길들이기 의혹

한마디 설명도 없이 4개 대학 임용 제청 거부 해넘겨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임용을 잇따라 거부하면서 여러 곳에서 총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임용 거부 이유에 대해 "공개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사태를 방치해 '입맛에 맞는 총장'을 세우려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절차에 따라 총장 후보자를 선출해놓고도 이를 거부당한 대학들이 지난해 소송 등으로 잇따라 법적 대응을 한 데 이어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13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총장 후보자의 임용 거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에 나선다.

항의 집회에는 전국의 방송대 전국총학생회와 전국총동문회 대표단 100여명이 참석해 피켓시위와 거리시위를 할 계획이다.

◇ "제청 거부 사유 밝혀라"…'국립대 길들이기' 의혹

지난해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로 총장 공백 사태를 겪은 대학은 경북대, 공주대, 한국체대, 한국방송통신대 등 4곳이다.

한국체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지난 6일 김성조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제6대 총장 1순위 후보로 선출, 사태 해결의 가능성이 커졌지만 나머지 대학들은 여전히 공전 상태다.

임용 제청을 거부당한 교수들과 대학, 지역 사회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는 임용 제청 거부가 행정기관 간 내부행위로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 사유를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경북대 교수회는 지난달 교육부에 총장 1순위 후보자인 김사열 생명과학부 교수에 대한 임용 제청을 거부한 사유를 밝히라며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교육부는 '비공개 대상 정보'라며 거부했다.

게다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공주대 총장 후보자 등에게 거부 사유를 통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해당 교수들은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가 헌법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방송대 총장 1순위 후보자인 류수노 농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하고 나서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으니까 나도 거부된 이유가 궁금하다"며 "당사자에게는 거부 사유를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주대 총장 1순위 후보자인 김현규 경영학과 교수도 "교육부가 거부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금 공주대가 굉장히 힘든 상황인데 빨리 사태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교육부는 제청을 거부한 사유에 대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들 교수는 오히려 '총장 부적합자'로 규정돼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입맛에 맞는' 국립대 총장을 앉히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방송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국립대학인 공주대, 한국체대, 경북대의 총장임용을 거부해 학사 일정을 방해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국립대 길들이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학교수와 학생,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도 지난 6일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총장 임명과 관련해 개입한 청와대 관계자를 수사하고 엄벌하라"고 주장했다.

임용이 거부된 인사들이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진보 성향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 결국 법원 판결로 국면 전환되나

이런 상황에서 이달 하순 총장 후보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일각에서는 상황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21일 공주대 김현규 교수의 임용제청 거부 취소 소송에 대한 2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김 교수는 작년 7월 교육부가 '총장으로 부적합하다'며 임용 제청을 거부하자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 행정법원은 작년 9월 교육부가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등법원까지 김 교수의 손을 들어주면 교육부가 받는 압박은 커지지만 1심 판결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전세는 뒤집힌다.

또 그다음 날인 22일에는 방송대 류수노 교수가 낸 소송의 1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류 교수는 작년 9월 말 교육부에 의해 임용 제청이 거부당하자 교육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방송대가 교육부 청사 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하는 것도 1심 판결을 염두에 둔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김현규 교수가 2심에서 승소하고 류 교수까지 1심에서 이기면 교육부를 둘러싼 여론과 의혹은 더욱 악화할 공산이 커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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