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에닝요의 신기한 U턴 '돈보다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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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선수에게 돈만큼 중요한 것은 많지 않다. 자신의 가치를 경제적 수단으로 인정받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여름과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면 누가 얼마나 연봉과 이적료를 갱신했는지는 자연스레 최대 관심사가 된다.

그런데 조금 다른 길을 택한 선수가 있다. 1년 반만에 전북으로 돌아온 에닝요다. 에닝요는 2014년 말까지 중국 클럽 창춘 야타이에서 활약했다. 창춘에서 받던 20억원 가량의 연봉은 다시 한국행을 택하면서 최소한 수억원 넘게 줄어들었다.

에닝요는 2013년까지 6월까지 약 7년 간 K리그에서 뛰며 한국 무대를 평정했던 선수다. 한때 특별귀화 이야기가 거론됐을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고, 인기도 대단했다. 물론 에닝요의 한국 사랑 역시 특별했다. 중국으로 출국하던 인천공항에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에닝요가 2014년을 끝으로 창춘과 계약이 만료된 대목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더욱이 에닝요는 우리 나이로 35살. 엄연히 노장이다. 부상으로 인해 기량이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그가 전북행을 택했기때문에 더 좋은 조건으로 새 팀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결과적으로는 미지수가 됐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에닝요가 중국 다른 팀에서도 제의를 받았다고 들었다. 적지 않은 연봉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K리그행을 택할 것이라 확신하지는 못했다"는 후문을 전했다. 은퇴가 멀지 않은 프로 선수에게 몇 억이 왔다갔다하는 선택이 쉽지 않은 일이었음은 짐작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닝요는 눈에 보이는 돈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택했다. 마음놓고 살 수 있는 환경, 전북이 갖춘 아시아 최고의 클럽하우스, 자신을 사랑해 주는 팬들, 아버지 만큼 가까운 최강희 감독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던 이동국,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는 동기부여였다.

K리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각 구단들의 투자위축으로 몸살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연맹이 리그 정상화와 재정 건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에 나서면서 선수단 연봉이 전격 공개됐고, 거액 몸값을 받는 대형 선수 영입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사면초가에 놓인 K리그는 몇 년째 '과연 가치 있는 상품인가'라는 질문에 시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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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에닝요의 복귀는 의미가 크다. 돈을 쓰지 못하는 K리그에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택한 선수가 돌아온 것이다. 아무리 '그리움'이 컸다고 해도 K리그라는 무대에 그만한 가치가 없었다면 몇 억의 연봉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말 K리그 CEO들을 교육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J리그 반프레 고후의 우미노 회장을 인터뷰한 일이 있다. 반프레 고후는 일본 지방도시의 작은 구단이다. 지방팀이라서 선수영입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는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우미노 회장은 이런 질문을 덧붙였다. "일본의 어린 선수들도 유럽에 나가는 것이 꿈이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유럽행이 늘어났다. 하지만 반대로 J리그에는 돌아온 나카무라 ?스케가 뛰고 있고, 미우라 카즈요시는 여전히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다. K리그에는 그런 선수들이 있는가?"

물론 프로의 세계에서 선택은 자유고,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더욱이 누가 더 많은 돈을 쓰느냐는 승자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그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교롭게도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필요하다. 구단을 아끼는 팬들, 충성심을 가진 훌륭한 선수들. 천문학적인 돈을 쓰지 않는 분데스리가가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인정 받는 이유기도 하다.

전북은 에닝요가 이번 시즌 제대로된 활약을 보여준다면 돈으로도 쉽게 사기 힘든 '상품'을 영입한 결과를 얻게 된다. '재활공장장'이란 별명을 가진 최강희 감독이 35살 플레이메이커와 36살 공격수를 앞세워 어떻게 리그 정상을 지켜낼지 보는 것도 2015 시즌 K리그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됐다.

[사진=전북현대 제공]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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