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폭탄돌리기' 양상 속 또 표류하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제정안)이 결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해 이번 임시국회내 처리가 무산됐다.

정부안 제출 이후 1년반 만에 가까스로 정무위를 통과하며 빛을 보는 듯 했지만,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에서 또다시 멈춰서게 된 것이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우선 처리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으나, 여야간, 또 상임위간 '폭탄 돌리기' 양상 속에 정치권의 속내가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면서 장기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김영란법' 원안에 비해 적용대상이 공직자 뿐 아니라 언론사와 사립학교 및 사립유치원, 대학병원 종사자 등과 그 가족으로 대폭 확대된 조항이 과잉입법 및 위헌소지·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공을 넘겨받은 법사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인식이 적지 않아 정무위안이 또한차례 손질될 공산이 적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직자 부패척결을 목표로 한 이 법안은 지난 8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12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국회법상 숙려기간 조항 등을 들어 법사위 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 위원장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정무위를 향해 "툭 던져놓고 자신들이 할 일을 한 것처럼 하는 행태는 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김진태 의원이 "콩볶듯 올려서 10분 뒤적뒤적 거리다 처리하는 건 법사위 심의의결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노철래, 이한성 의원 등이 줄줄이 가세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전해철 간사는 "정무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고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거들었으나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추가 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여야간 복잡한 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상정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법사위가 정회된 사이 '장외'에서는 여론을 의식한 여야간 책임공방도 벌어졌다. 새누리당 쪽에서 이 위원장이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려 하자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이 반대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런 가운데 이 위원장도 "여야 이견이 없으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상정, 처리하겠다"고 선회하면서 한때 극적 처리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으나 여야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 법사위 여야간사간 긴급 5인 회동에서 '2월 국회내 우선처리'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는 끝내 무산됐다.

법사위는 일차적으로 '숙려기간 조항' 불충족을 내걸었지만, 내부적으로는 현 상태로 법을 처리하는데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조속한 법처리에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이번 임시국회내 처리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실제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야말로 '폭탄돌리기'로, 여도 야도 부담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사위는 2월 국회에서 전체회의에 이 법안을 상정한 뒤 곧바로 여야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제2법안소위로 넘기게 된다. 제2법안소위 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은 '정무위안 존중'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여당 뿐 아니라 일부 야당 의원들도 적용범위에 대해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로 대변되는 이 법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감안, 여야 모두 마냥 처리를 미루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대표는 성명을 내고 "공직자 부패를 뿌리뽑을 김영란법 처리를 또다시 미룬다면 직무유기를 한다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즉각적인 처리를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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