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김영란 법, 자칫하면 공직자 왕따법 될 수 있다"

* 대담 : 한문철 변호사 (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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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주 /사회자:

오늘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데요,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김영란법 처리가 무산될 거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얘기가 있습니다. 과잉입법이란 지적도 있는데요. 관련 쟁점 짚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한문철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한문철 변호사

네, 안녕하십니까?

▷ 최영주/사회자:

김영란법, 오늘 본회의 처리가 힘들 거란 얘기가 많이 나오네요?

▶ 한문철 변호사

네네, 우선 시간적으로 부족하다는 거죠. 오늘 오후에 본회의를 하려면 그 전에 정무회의 전체를 하고, 그 다음에 법사위를 거쳐야 되는데, 법사위에서는 그 법안을 받아서 바로 싸인만 해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체계가 잘못된 건 없는지,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또 문구 같은 게 잘못된 건 없는지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5일 정도는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국회법에 나와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합의이혼할 때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하면서 한 달 또는 세 달 시간을 주면서 생각할 시간을 주는데. 그걸 숙려, 심각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건데요. 이 숙려기간이 법사위에도 있습니다. 5일 동안 검토가, 최소한 필요하다는 건데요. 그 5일이 오늘부터 5일이 지나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바로 넘긴다는 것은 국회법에 어긋난다는 거죠.

물론 긴급하고 불가피할 때는 바로 넘길 수도 있지만, 과연 3년 동안 쭉 논의되어왔던 것을 오늘 반드시 처리해야 되느냐. 2월 달에 임시국회가 또 열릴 텐데, 한 달 기다려도 되는 거 아니냐는 측면에서 이 숙려기간 때문에 오늘 본회의에 넘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최영주/사회자:

원래 공직자가 부정한 금품을 받으면 뇌물죄가 적용이 되는데, 뇌물죄와 김영란 법의 차이가 뭡니까?

▶ 한문철 변호사

그렇죠, 뇌물죄가 있는데 또 김영란 법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그러면 도대체 뭐냐,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요. 뇌물죄는 직무 관련성이 있고 또 대가성이 있어야 됩니다. ‘이걸 당신이 봐주니까 내가 이 돈을 준다’라는 1대1의 대가성이 있어야 되는데, 그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참 힘들죠.

따라서 뇌물죄로 재판받아가지고 대가성 입증이 없다, 그래서 무죄 선고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공무원들은 여하튼간 대가성과 관련 없이 대가성이 없더라도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것, 그건 처벌해야 되는 것 아니냐,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처벌하겠다... 또 대가성이 없고 직무관련성이 없다하더라도, 요즘은 어떤 문제가 있어서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미리부터 ‘어장 관리’를 한다고 그러죠? 보험 들어 놓는다고 하듯이, 평소에 쫙 깔아놨다가 문제 있으면 “아, 이거 좀 봐줘” 이렇게 하는 걸 근절하겠다는 겁니다. 따라서 김영란법은 직무관련성, 대가성과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돈을, 금품을, 공직자가 주고받는 것. 이것에 대해서는 처벌하겠다는 거죠.

▷ 최영주/사회자:

적용 범위 놓고 지금 말이 많은 건데요. 그러니까 공직자 본인이 100만 원 이상, 돈 포함해서 다른 것도 받으면, 무조건 처벌된다는 얘기죠?

▶ 한문철 변호사

100만 원 이상으로 많이들 알고 계신데요. 100만 원 아니고요, 초과입니다.

▷ 최영주/사회자:

아, 초과?

▶ 한문철 변호사

네, 지금 신문에서도 100만 원 이상이라는 표현으로 많이 되고 있는데. 100만 원까지는 일단 100만 원이냐, 100만 원을 넘었느냐가 구분점인데요. 100만 원 넘었을 때, 100만 원에서 1원이라도 넘었으면 그때는 무조건 처벌한다는 거죠.

▷ 최영주/사회자:

이게 1회에요? 아니면 여러 차례?

▶ 한문철 변호사

한 번에. 한 번에 받는 돈이 100만 원을 넘었을 때. 내가 받거나, 내 가족들이 받거나.

▷ 최영주/사회자:

아, 가족들도.

▶ 한문철 변호사

또 100만 원이 넘지 않는 경우에는 직무 관련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따지게 되는데요.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는 100만 원이 안 되더라도 과태료 처분을 하고, 그리고 직무관련성이 없을 때는 처벌 대상이 아니고.

▷ 최영주/사회자:

1회에 딱 100만 원만 줬어요. 그럼 처벌 안 받아요?

▶ 한문철 변호사

네, 그건 직무관련성에 따라 달라지겠죠.

▷ 최영주/사회자:

이게 금품도 마찬가지라는데, 금품은 그럼 어떤 것들이 속해요?

▶ 한문철 변호사

‘금품 등’ 이라고 돼 있는데요. 금=돈, 품=물건, 그리고 등은 향응이라든가 또는 뭐 술을 사준다든가 음식을 사준다든가, 또는 골프비를 대준다든가 여비를 대준다든가 숙박비를 대준다든가 또 심지어는 어디 놀러갈 때, 리조트 이용권, 콘도 이용권 이런 걸 친구한테 빌릴 때가 있죠?

▷ 최영주/사회자:

네.

▶ 한문철 변호사

그런데 그게 우리 가족들이 여러 명 간다, 세 개가 필요하다, 좀 빌려줘, 그거 회원권 있으면 10만 원이면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50만 원 되니까 좀 빌려줘, 그게 세 방을 빌렸다고 그러면 차이가 40만 원 x 3, 120만 원이 되는 겁니다. 콘도 회원권 빌렸다가 처벌 대상이 되는 거죠.

▷ 최영주/사회자:

아니 그냥 무심코 아는 사람이라서 “나 어디 가는데, 너 혹시 콘도 있니?” 물어볼 수 있잖아요?

▶ 한문철 변호사

물어볼 수 있어도 앞으로 공직자는 못한다는 거죠.

▷ 최영주/사회자:

그렇군요. 아니 지금 궁금한 게 굉장히 많은데. 한 번에 100만 원이 아니라, 그러면 머리를 썼어요, 그래서 소액으로 나눠서 20만 원, 25만 원, 이렇게 해서 나눠서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에요?

▶ 한문철 변호사

그럴 때는 1년을 전부 합쳐서, 1년 동안 받은 게 300만 원을 넘으면 처벌합니다.

▷ 최영주/사회자:

300만 원이 넘으면요?

▶ 한문철 변호사

네네.

▷ 최영주/사회자:

공공기관 떠나서 언론사, 사립학교 교원, 이런 사람들도 포함시킨다고 하죠?

▶ 한문철 변호사

그렇죠. 원래 정부에서 법안을 내놓을 때는 공직자, 공직자 하면 우린 보통 공무원을 생각하죠. 공무원,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 이런 경우를 얘기하는데. 공공기관, 그런데 국회 정무회의에서 거기다가 사람 더 넣자, 언론사도 넣자, 또 사립학교도 넣자, 또 유치원도 넣자, 그러다보니까 점점 더 늘어난 거죠. 그리고 가족들까지 하다보니까 적용대상이 되는 인원이 1800만 명이라는 얘기도 있고 2000만 명이라는 얘기도 있고요. 모든 국민들 10명 중 4명이 이번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거죠.

▷ 최영주/사회자:

언론사면 방송국도 포함되니까 저도 포함되네요?

▶ 한문철 변호사

그럼요. MC도 마찬가지입니다.

▷ 최영주/사회자:

아나운서는 어디 돈 받을 데는 없어요. (웃음)

▶ 한문철 변호사

그런데 이런 게 있죠. 예를 들어서 우리 MC께서 누구 친구랑 같이 밥을 먹었다, 그런데 무지하게 비싼 밥을 우연히 먹었다, 그리고 거기 뭐 포도주도 비싼 포도주로 하나 마셨다, 그런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관계인데, 그런데 “나중에 <SBS 전망대> 방송할 때 좋게 좀 얘기해줘” 이런 부탁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 최영주/사회자:

아, 그렇구나...

▶ 한문철 변호사

잠재적으로 받을 수 있죠. 아까 처음에 직무관련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과태료 처분이 될 수도 있고 처벌 안 받을 수도 있고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따지고 보면 직무 관련성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술 생각을 못했네요. 술 비싼 걸 나는 의도도 안 했는데 갖고 와서 “아, 이거 드세요.” 이러면... 그럴 수 있네요.

▶ 한문철 변호사

그렇죠. 게다가 유치원 원장님,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원장님한테 “아유, 밥 한번 먹읍시다.” 그랬는데, 나한테 손자가 있어요. 손자가 이제 기어 다녀요. 나중에 우리 손자 크면, 유치원 다녀야 할 텐데. 요새 유치원 다니기 힘들지 않느냐, 입학하기가, 그거 나중에 부탁해야 될 수도 있다, 그런 것도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는 거예요.

▷ 최영주/사회자:

그러니까 지금 이게 적용대상이 무슨 1800만 명이다, 2000만 명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군요?

▶ 한문철 변호사

그렇죠, 그러니까 거기 해당되는 사람들은 나쁜 짓 꼼짝 마라는 거죠.

▷ 최영주/사회자:

그런데 가족들까지 직무 관련성 여부, 대가성, 이런 거 판단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한문철 변호사

가족들이 돈 받은 것을, 공직자 가족이 돈을 받았다, 또는 가방을, 명품가방을 받았다, 그것을 알았으면 바로 신고를 해야 됩니다. 신고를 안 하면 내가 받은 것과 똑같이 본다는 거죠.

▷ 최영주/사회자:

“이거 사모님 갖다드리세요.” 다, 무조건 본단 말이네요?

▶ 한문철 변호사

사모님 갖다드리면 나를 통해서주는 거면 자기한테 가는 거고요. 부인이 나 몰래 받을 수도 있죠. 그걸 알았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건데요. 우선 문제는 가족을 처벌하는 게 아니고 알았을 때, 나를 처벌한다는 겁니다, 공직자를.

▷ 최영주/사회자:

공직자를요, 가족들이 아니라?

▶ 한문철 변호사

네네. 가족은 받는 대상에 1800만 명에 들어간다는 거고요. 처벌 대상은 공직자 만이죠. 다만 가족이 돈을 받고 부정한 청탁을 했으면, 그럴 때는 알선 수재죄라든가 다른 걸로 처벌되겠죠.

▷ 최영주/사회자:

이게 위헌 소지가 있다,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지금 말씀 들어보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한문철 변호사

이 법이 부정청탁을 뿌리 뽑기 위해서, 뭔가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필요한 법이긴 한데요. 근데 너무나 범위가 넓고, 그리고 100만 원을 초과하느냐, 아니냐, 이것에 구분이 있는데요. 누구는 100만 원 받았고, 누구는 100만 원, 거기다 1만 원 짜리 더 들어간 거하고, 과연 이게 합리적이냐. 1년에 누구는 300만 원 받았고, 누구는 301만 원 받았는데, 누구는 처벌하고, 300만 원 처벌 안하는 게 합리적이냐, 합리적 구분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고요.

또 하나는 이게 위헌성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게 국민이 행복할 권리, 행복하게 살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 또 평등권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친구들 4명이서 골프를 치러 갔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누구 한사람이 각자 n분의 1로 하기로 했었는데 홀인원 했어요. “야, 오늘 내가 쏜다.”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쏘고. 이 사람은 “야, 넌 처벌되니까 빠져.” 자칫 잘못하면 ‘공직자 왕따법’이 될 수가 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얘기를 들어보니까 이게 파생되는 일이 굉장히 많네요?

▶ 한문철 변호사

그렇죠. 그래서 보다 더 신중하게, 법의 기준도 좋지만, 법을 한 번 만들면 악법이라도 지켜야 되니까, 악법이 되지 않도록 처음에 만들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겠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네, 똑똑한 설명 잘 들었습니다. 한문철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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