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 호조에도 인플레 저조한 4가지 이유


지난해 미국의 고용이 1999년 이후 가장 호조를 보였음에도 인플레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의 고용은 지난해 마지막 9개월 호조 속에 지난달은 신규 고용이 25만 2천 명에 달함으로써, 지난해 전체를 1999년 이후 가장 괄목할만한 해로 끝냈습니다.

이 와중에 실업률도 5.8%에서 5.6%로 더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 물가는 연방준비제도(연준) 목표치 2%에 여전히 크게 못 미치며, 지난달 시간당 실질 임금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컨설팅사 콘레즈닉의 패트릭 오키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호조 속에 시간당 실질 임금이 떨어지는 이유를 뒷받침할만한 자료나 이론적 근거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상 실업률이 이처럼 떨어지면 연준이 금리 인상 목소리를 높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현실임을 지적했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는 유가 약세도 지적하면서 따라서 올해 미국의 인플레가 지난해보다 더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고용이 지금과 유사한 추세로 회복되던 1999년은 평균 임금이 3.6% 오른 반면 지난해 증가 폭은 1.6%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음 4가지 이유를 듭니다.

첫째는 그간 경기침체로 충격받은 고용시장 일부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하는 풀타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680만 명으로, 침체 이전의 410만 명을 여전히 크게 웃돌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아예 구직을 포기한 인원이 침체 전 130만 명에 불과하던 것이 230만 명으로 늘어난 것도 또 다른 요소로 지적됐습니다.

공식 실업률 외에 자발적인 파트타임 노동자와 아예 구직을 포기한 인원까지 합치면 실질적인 실업률은 11.1%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 레스토랑 체인 체커스의 경영진은 "점포 확장을 위해 새로운 인원이 필요한데, 구직자가 넘친다"면서 따라서 시간당 임금을 올려야 할 압박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이유는 생산 라인에 로봇이 많이 늘어난 점입니다.

지난해 자동차 생산이 1천650만 대로, 2006년 이후 최대 규모로 회복됐음에도 이 부문 고용 노동자는 침체 이전의 100만 명 이상에서 약 16만 명을 여전히 밑돕니다.

침체를 거치면서 로봇으로 대폭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질 임금이 많이 늘어날 여지가 아예 없습니다.

셋째는 고용의 인구학적 측면에서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웰스 파고의 존 실비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고용 사정이 완연히 개선되면서 예년과는 달리 몇 달 사이 채용이 몰린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초기 진입 인력이 집중적으로 고용돼 임금 인플레 유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 임금 피크에 걸린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 비율이 지난해 3.4%나 증가한 것도 임금 상승에 제동을 거는 또 다른 요소로 지적됐습니다.

미국의 실질 임금 상승이 저조한 네 번째 이유로 전반적인 세계 경제 부진도 언급됐습니다.

세계 경제 기여가 커지는 중국과 인도, 동유럽 및 중남미 때문에 미국 노동자가 갈수록 임금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는 얘기입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와 저인플레 추세에도 미국은 달러 강세 때문에 노동자가 실질 구매력에서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콘레즈닉의 오키페는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숙련 서비스 인력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법 및 IT 종사자가 국외 유사 인력보다 특히 불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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