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연아는 양양A처럼 70살까지 IOC 위원을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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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치를 주도했던 중국의 허전량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지난 4일 85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중국 신화통신과 IOC는 그의 타계 소식을 전했지만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허전량은 1981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IOC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 차례 부위원장(1989∼1993)과 세 차례 집행위원을 맡았습니다. 정년 때문에 IOC 위원에서 물러난 뒤에는 명예위원으로 위촉됐지만 별다른 활동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허 전 IOC 위원은 특히 중국이 '100년의 꿈'이라고 불렀던 베이징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중국의 미스터 올림픽’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허전량의 정년은 종전 룰을 적용받아 만 80세였습니다. 그러니까 허전량의 IOC위원 임기는 2009년 12월31일에 종료됐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IOC 자크 로게 위원장이 중국의 스트트랙 스타였던 양양A를 IOC위원에 지명했습니다. 형식은 지명이었지만 허전량의 자리를 사실상 양양A가 승계한 셈이 된 것입니다. 양양A의 임기는 일단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이지만 이후 4년마다 IOC의 승인을 받을 경우 만 70세가 되는 2046년 12월 31일까지 IOC위원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무려 36년이 넘는 긴 시간입니다. 양양A는 한국 쇼트트랙 스타였던 전이경 선수와 함께 1990년대 세계 쇼트트랙을 양분했던 스타입니다. 전이경이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1개를 딴 반면 양양A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습니다. 실력과 성적만 놓고 비교했을 때는 전이경보다 한 수 아래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도 양양A는 최대 36년간 IOC위원을 할 수 있는 반면 전이경은 하루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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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연합_500

전이경과 함께 한국이 낳은 동계종목 최고 스타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입니다. 김연아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수 투표로 결정하는 IOC 선수위원을 노리고 있습니다.  IOC 선수위원의 임기는 8년입니다. 그런데 내년 브라질 리우 하계올림픽에서 예를 들어 진종오나 장미란 선수가 출마해 당선되면 김연아에게 더 이상 IOC선수위원 기회는 없습니다. 한 국가에서 1명의 IOC선수위원만 허용되는 규정에 따라 2024년까지 한국 선수가 출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 선수는 2026년 동계올림픽 대회부터 출마해야 하는데 김연아는 이때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됩니다. IOC선수위원에 출마하려면 현역 선수이거나 직전 올림픽에 출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될 경우 김연아는 IOC선수위원이 아니라 양양A처럼 일반 IOC위원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 자격으로 출마하든지 아니면 NOC(국가올림픽위원회) 추천, 즉 대한체육회(KOC) 추천으로 출마해야 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사실상 정부의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김연아 뿐만 아니라 박태환, 전이경, 진종오, 장미란 등 한국이 낳은 스포츠스타 가운데 적어도 1명은 IOC 선수위원이 아니라 일반 IOC위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선수가 핵심입니다. 그런데도 한국 스포츠 행정과 요직은 그동안 선수가 아니라 주로 고위 관료와 재벌인사가 이끌어왔습니다. 대한체육회의 경우 2013년 2월에 부임한 김정행 현 회장이 사상 최초의 국가대표 출신 대한체육회장입니다. 선수 출신 일반 IOC위원은 아직까지 단 1명도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허전량이라는 거목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동계올림픽 스타인 당시 34살의 양양A를 지목해 일반 IOC위원 자리를 만들어줬습니다. 선수를 최우선시하는 중국의 스포츠정책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입니다. 양양A는 현재 2016년 유스 올림픽 실사단장을 맡으며 국제스포츠계의 핵심 인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양양A는 중국 선수들의 ‘롤모델’이 됐고 어린 유망주들에게 성공에 대한 엄청난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중국과 달리 현재 일반 IOC위원에 도전하는 한국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주로 재계의 거물들입니다.

스포츠 스타 출신은 전혀 없습니다. 물론 선수 출신은 문대성 현 위원처럼 IOC선수위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될 수 있는 길이 있지만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예전보다 당선되기가 훨씬 힘들어졌습니다. 임기도 8년으로 딱 정해져 있어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로 성장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한체육회 창립 93년 만에 국가대표 선수 출신 회장이 나온 것처럼 이제는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 가운데 70세까지 활동할 수 있는 일반 IOC위원이 배출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체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전향적인 인식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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