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유로존 탈퇴' 논란…시리자 "그렉시트 없다"


그리스가 유로화 사용을 포기할 것이란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논란이 총선이 임박하면서 한층 가열되고 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오는 25일 치르는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승리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고 연일 공세를 폈다.

반면 시리자는 "그렉시트는 시리자의 대안이 아니다"라며 사마라스 총리에게 공포 정치를 그만두라고 반박했다. 시리자는 또 그렉시트 우려를 키운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의 보도에 대해서도 거세게 비판했다.

현지 언론 등은 유권자들이 시리자도 집권하면 정책방향을 바꿀 수 있고, 그렉시트 우려는 표를 얻기 위한 엄포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렉시트 불씨, 총리가 지피고 시리자는 진화

2012년 6월 그리스 총선 당시 최대 쟁점이었던 그렉시트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사마라스 총리가 지난달 조기 대통령 선출이란 도박을 걸자 그렉시트 우려로 아테네 증시가 4반세기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이 폭락했다.

지지율 1위를 지키는 시리자는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에 반대하고 채권단에 채무탕감을 요구하고 있어 시리자가 집권하면 기존 협상이 파기되고 결국 유로존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지난달 3차에 걸친 투표에서 끝내 대통령 선출에 실패해 조기총선을 치르게 되자 사마라스 총리는 그렉시트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마라스 총리는 5일(현지시간) 총선 유세에서 "시리자는 국가의 이익을 위협하고 그리스를 벼랑으로 몰고 있다"며 시리자의 정책은 국가 부도와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이런 사마라스 총리의 경고보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입장을 더 주목했다.

슈피겔이 최신호에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리자가 집권해서 현행 긴축정책을 포기한다면 독일은 그렉시트가 거의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5일 유럽 주요 증시가 급락세를 탔다.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유로존에서 그리스가 탈퇴해도 "견딜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시리자는 즉각 성명을 내고 총리와 슈피겔의 보도를 맹비난했다.

시리자는 "사마라스 총리만 시리자의 승리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테러리스트 시나리오'와 연결시키고 있다"며 "그렉시트는 시리자의 선택지에 없다"고 밝혔다.

시리자는 슈피겔의 보도는 독일 연정 내에서도 반발을 불어왔으며 극우 정당만 이 보도에 만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럽 전역에서는 시리자의 승리가 긴축 정책을 재고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렉시트, '총선용 엄포'에 그칠지 주목

전날 유럽 금융시장을 강타한 슈피겔의 보도는 긴축에 반대하는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를 겨냥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엘마르 브록 유럽연합(EU) 의원은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그렉시트 관련 보도가 "치프라스를 겨냥한 협박"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의 게오르크 슈트라이터 부대변인도 그리스가 대외채권단과의 합의를 준수할 것이란 독일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슈피겔의 보도를 반박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현지 라디오인 프랑스 앵테르와 인터뷰에서 "그리스 국민은 자유롭게 자국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약속을 했으면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치프라스 대표는 지난 3일 유세에서 "긴축은 터무니없고 비극적"이라며 사마라스 총리와 독일이 긴축을 강요하고 총선에서 표심을 사려고 그렉시트 공포심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의 170%가 넘는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유로존이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재정 규율만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토마스 요르단 총재는 전날 스위스TV SRF와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의 기본 전망에는 없다"면서도 그렉시트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의 알렉시스 파파첼라스 칼럼니스트는 '거짓말은 이제 그만'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선거가 끝나면 약속을 뒤집는 그리스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했다.

그는 "정상적 국가의 유권자라면 단지 표심을 사기 위한 뻔뻔한 술책을 쓰는 정치인에 투표하지 않지만, 그리스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과 언론이 성숙해져서 정치인들에게 진실을 말하도록 압박해야 할 시점"이라며 "거짓인 줄 알면서도 편하게 해주는 말들을 선택한다면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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