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은 왜 20대 아닌 중·장년층을 겨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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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영화를 10~20대 관객이 보러오겠느냐고 하더라고요. 투자받기 어려웠죠. 하지만 전 이 시대를 겪었던, 격어보지 않았던 영화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정서에 젊은층도 감정 이입을 하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국제시장'은 트렌드를 거스르는 영화다. 젊은 관객들을 혹하게 할 신선한 이야기가 없다. 제작비 100억이 투입된 영화에 기대하는 오감자극 볼거리도 충분치 않다. 이 작품은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배경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한 남자의 칠십 평생을 그렸다.

타겟층도 모호하다. 보통의 한국의 상업영화는 10~20대를 겨냥하지만, 이 영화는 중장년층 향수 자극 영화에 가까워 보였다.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개봉 4주차, '국제시장'은 고공 비행중이다.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지금까지 전국 800만 명에 달한다. 이 같은 흥행은 핵심 타겟층인 중장년층의 환호와 10~20대 관객의 공감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영화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당신 인생인데 왜 당신이 없느냐"는 영자(김윤진)의 말이에요. 대학교 2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전까지 사랑한다는 말은커녕 아버지의 삶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저도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는데 인제야 아버지의 삶을 돌이켜 보게 되더라고요. 당신 삶인데 정작 당신이 주인공이 아니었던 그 삶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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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희생해온 삶이 비단 덕수(황정민 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건 부모가 가족을 사랑하는 조건 없는 마음이다. 윤제균 감독은 그 세대를 초월한 정서를 '국제시장'을 통해 이야기 한다.

남녀주인공 황정민, 김윤진에게 실제 자기 부모님의 이름을 부여하고,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삼은 윤제균 감독은 실제 아버지 세대의 굵직굵직한 사건이었던 6.25, 흥남철수, 파독 광부, 베트남 전쟁을 스크린에 옮겼다.

"'국제시장'을 만들기로 하고 내용적인 것과 형식적인 것을 고민했어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살아온 남자의 삶을 다루자고 생각했고, 시퀀스들을 채울 주요 에피소드들을 생각했죠. 기(起)과 결(結)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승(承)과 전(轉)을 채울 이야기들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상징성 있는 사건으로 채워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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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은 영화에 정치색을 입히고 싶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평가될 수밖에 없는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이지만, 주인공 덕수의 삶에선 그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감내하고 이겨내야 할 역사의 소용돌이 정도로만 묘사했다.

그 때문에 영화는 개봉 후 "역사의식이 없다"는 혹독한 비판과 더불어 '보수 영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윤제균 감독이 연출에서 어떤 의도를 발견해내고자 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감독으로서는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영화가 색깔론에 휘말리며 의도치 않는 역풍을 맞은 것이다. 

"이 영화를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시각으로만 본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시각으로만 영화를 본다면 '국제시장'만이 가진 미덕은 하나도 안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적인 메시지나 역사의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거에요. 전 가족애를 부각한 감동 드라마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정치색, 이데올로기는 일부러 배제한 겁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논란은 영화의 흥행에 약이 됐다. 많은 관객들이 '국제시장'이라는 작품에 관심을 가졌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일어났다. 

무엇보다 투자 단계에서 부딪혔던 타겟층 설정은 결국 '국제시장'의 성공 요인이 됐다. 중,창년층의 눈높이를 맞춰서 호응을 끌어냈고, 이는 10~20대 젊은 관객층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윗세대로부터의 바람몰이가아랫세대로 퍼진 결과였다.  

"그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과거에 대한 추억이나 향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는 아버지 세대를 영화로나마 간접경험 하는 기회가 될 거에요. 그래서 전 이 영화를 전 세대가 다 봤으면 하고, 또 그를 통해 세대간 갈등을 조금이나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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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이 영화는 여타 기획 영화와는 달리 10~20대 아닌 40~50대를 겨냥한 영화처럼 보였다.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상업 영화로는 위험한 타겟팅이었다.

윤제균 감독은 중,장년층을 타켓팅한 것에 대해 "영화계에 입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들은 말이 "무조건 10~20대 여자 관객을 잡아라"였어요. 전 그 공식을 깨고 싶었어요. 이 영화를 만들 때 반대도 많았지만 전 영화의 소비층을 넓히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어요. '국제시장'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소재와 장르, 타겟이 다양화되는 어떤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흥행과 별개로 '국제시장'의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나뉜다. 이것은 세대간 가치관 차이일 수도, 관객의 취향 차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작품성을 떠나 상업적 재미에 대해서 만큼은 크게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선사하는 눈물의 빈도와 강도는 부정할 수 없는 강점이다

"관객분들이 이렇게 많이 울지 몰랐어요. 일부에서는 신파가 아니냐고 하는데 관객분들이 그렇게 느끼신다면 반박할 수 없죠. 다만 눈물을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말하고 싶어요. 감독이 관객을 웃기거나 울리자고 의도한다고 해서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저에겐 그만한 능력은 없습니다. 관객들이 왜 이렇게 슬프다는 감상을 내놓으실까 생각해보니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한이라는 정서에 공감을 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남녀노소를 불문한 그 정서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 같습니다"

'국제시장'은 2015년 첫번째 천만 관객 돌파라는 고지를 향해 순항 중이다. 윤제균 감독이 '해운대'에 이어 두번째 천만 흥행작의 감독이 되는 건 머지 않아 보인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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