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청와대 문건 의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어떤 목적에서 박지만(57) EG 회장에게 문건을 수시로 유출했는지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조 전 비서관의 범행동기는 문건 작성의 배경, 나아가 이번 사태의 또다른 배후가 있는지와도 연결될 수 있어 이번 파문을 둘러싼 여러 의혹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조 전 비서관과 검찰의 주장은 다소 엇갈립니다.
우선 조 전 비서관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라는 업무의 연장선상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조 전 비서관은 6건의 문건을 박지만 회장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박 회장과 부인 서향희 변호사에 대한 관리 차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비밀누설보다는 공직기강비서관 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한 '정보제공' 차원이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러나 검찰은 전달한 문건의 성격 등을 감안하면 조 전 비서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 건너간 문건 가운데 대통령 측근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기업인 비리 문건이나 '박지만 미행설 보고서', '십상시 문건' 등 정윤회(60)씨를 비방하는 허위사실을 담은 문건이 포함된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2013년 12월27일자로 작성된 '박지만 친분과시자(김○○) 동향보고' 제목의 문건에는 "정윤회가 박지만 회장을 '인간○○○'라고 수시로 욕한다", "정윤회를 만나려면 현금으로 7억 정도를 들고 가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선실세'로서 정 씨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박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법한 내용입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언론인터뷰에서 "권력 실세들을 감시하는 워치독 역할을 충실히 하려 했는데 견제가 심했다"며 정 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습니다.
문건을 배달한 박관천(49) 경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 경정은 지난해 3월 언론인터뷰에서 "문고리들을 견제하는 것은 대통령 친인척이 해왔다. 박지만 회장이 문고리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비선실세를 차단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정 씨와 박 회장의 '권력암투' 구도를 가정한 말로 읽힙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항해 사실상 박 회장의 비선 노릇을 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을 등에 업고 정계 진출을 노렸다는 얘기도 흘러나오지만 검찰 수사에서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조 전 비서관은 재판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인사나 박 회장 주변 인물의 입을 통해 법정에서 좀 더 구체적인 범행동기가 드러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