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장하준 "경제인 사면? 정당성도, 효과도 없다"

* 대담 :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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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2015년 우리 경제 어떨까요? 올해는 좀 나아질 수 있을까요?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3.8%로 내다봤지만 국내외 경제상황이 녹록지가 않습니다. 2015년 신년 특집 인터뷰 세계적 경제학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와 함께 올해 한국 경제 전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하준 교수님, 안녕하세요?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네, 멀리 영국에서 인터뷰 응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네.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일단 새해를 전망하기에 앞서서 지난 한 해부터 좀 돌아보겠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014년 경제 운영에 대해서 “그런대로 잘했다” 이렇게 자평을 했는데요. 교수님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글쎄 뭐, 세계 경제상황이 뭐 아직도 좋지 않으니까 1인당 기준으로 해가지고 3% 좀 안 되는 정도니까 그렇게 못했다고 할 순 없는데, 근데 그런 판단을 할 때 뭐 비교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그 60년 대 초부터 97년 외환위기까지 연평균 1인당 소득 성장률이 6.3%였는데 지금은 3% 채 못하고도 그걸 잘했다고 할 정도가 되니까 그 기준이 굉장히 낮아진 거고요.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건 올해 이제 드러난 것이 조선 산업이라든가 휴대전화 산업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주축산업들이 지금 중국한테 엄청 추격을 당하면서 경제에 그 장기적인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게 더 명백히 드러났거든요, 그런 걸 생각을 하면 지난해가 그렇게 그냥 잘 넘어갔다 이렇게 치부할 해는 아닌 것 같아요, 우리 경제 지금 장기적인 전망에 대한 약점들이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 해이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해였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올해는 어떨까요? 지금 정부의 전망을 보면 물가는 한 2.0%, 경제성장률은 3.8% 전망했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아, 글쎄 뭐 그런 정확한 수치 예상하는 게 사실 뭐 불가능합니다. 3.8%가 될지 3.5%가 될지, 특히 뭐 세계경제의 여러 가지 불안 요인이 많잖아요. 지금 유로권의 경제 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고, 지금 러시아 경제 문제가 위기에 빠지고 있고,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라든가 지금 중동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경제가 어떻게 된다고 예측하기가 참 힘든 상황이에요, 미국 같은 데는 좀 회복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성장이 공고해진 것도 아니고, 또 워낙 금융시장에 거품이 많이 껴가지고 그게 또 터질 수도 있는 것이고 하기 때문에 전망 자체가 어려운 거죠, 그러니까 그게 3%가 될지 3.8%가 될지 알기 힘든 얘기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참 여러 가지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하는 말씀이신데요. 특히 대외적인 요건 중에서 어떤 요인들을 눈 여겨 봐야 될까요, 올해?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글쎄 우리나라 같으면 지금, 일단 좋은 걸로는 유가가 자꾸 내려가고 있으니까 사실 지금 우리나라 무역 구조라는 게 다른 모든 나라하고 해서 흑자내고 그 다음에 기름 사는 거하고 일본에서 기계하고 부품 소재 사는 것에 다 돈 갖다줘가지고 그 깎아먹는 그런 구조인데 그런 구조를 가진 나라에서 기름 값이 싸진다는 것은 크게 긍정적인 요인이죠.

근데 뭐 반면에 또 지금 일본이 뭐 아베노믹스(Abenomics: 유동성 확대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경기부양책을 말한다. 아베는 총리가 된 이후 약20년 간 계속된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하여 연간 物價 상승률 2%를 상한선으로 정하고 과감한 금융 완화(통화공급 확대), 엔화평가절하, 인프라 투자 확대 재정 정책, 적극적인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서 뭐 돈 풀고 이래가지고 엔저(円低)가 아주 심각하잖아요, 우리나라가 지금 일본하고 경쟁하는 상품들이 대부분인데, 그것 때문에 밑에서는 중국이 쫓아오고 위에서는 일본이 다시 살아나고 이렇기 때문에 힘든 요인이 될 거고요. 그 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국제 지정학적 요인이라든가, 러시아 위기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교란이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지켜볼 사안들이 많죠.

▷ 한수진/사회자:

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놓고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던데요?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네, 글쎄 그건 뭐 예측하기 좀 힘듭니다. 왜냐하면 미국이란 나라하고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똑같이 취급할 수 없는 게 미국이라든가 뭐 유럽권이라든가 기축통화국들은 다른 나라들하고 움직이는 게 좀 다르거든요. 왜냐하면 그 쪽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우리가 생각할 때는 ‘아, 그러니까 밖으로 돈이 흘러나오겠지’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도리어 이 나라들이 불안해지면 한국이나 이런 신흥 시장국들은 더 불안해질 거다 해서 돈이 그런 쪽으로 더 흘러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또 뭐 예측한대로 또 돈이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고 이래가지고 미국 금리가 올라간다고 그게 꼭 우리한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하기가 참 힘들어요.

그리고 이제 미국 금리 문제 같은 것도 지금 워낙 경제가 겉으로는 좀 살아난 것 같지만 속으로는 멍든 데가 많아가지고 뭐 올리게 될지 안올리게 될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그 특히 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느냐 이런 문제는 예측하기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조심해서 운영을 해야죠.

▷ 한수진/사회자:

네, 그래서 지금 뭐 결국 한국경제 돌파구는 ‘내수활성화’라는 그런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분석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세요?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글쎄 뭐 내수를 늘리는 게 중요하죠, 지금 뭐 특히 우리나라가 소득 수준에 비해가지고 아직도 소비 수준이 낮고 뭐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수를 늘리고, 그리고 세계경제가 불안하기 때문에 또 수출시장에 계속 의존할 수도 없고 그래서 내수를 늘리는 게 중요하긴 한데, 지금 내수를 늘린다는 게 장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있고 단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단기적으로는 그냥 뭐 우선 돈 좀 풀고, 뭐 부동산 규제완화하면 내수가 이제 좀 살아나겠죠. 근데 문제는 그런 것이 지탱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가, 진짜로 내수를 제대로 늘리려면 소득이 불안한 계층들의 소득을 안정시켜주고 이제 그걸 위해서는 복지 제도의 확대라든가, 그 최저 임금의 상승이라든가 이런 정책적인 개입들이 필요하겠죠.

그런 식으로 해가지고 지속 가능하게 내수를 늘리는 방법이 또 있는데 그 중에 지금 보면 주로 정부에서 추구하는 것은 그냥 부동산 풀고 뭐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단기적인 그 지탱 가능성 없는 내수 진작을 자꾸 하려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되네요.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런 점에서는 걱정이 된다하는 말씀이시고요, 어쨌든 돈이 없는 계층에서도 돈을 쓰게 해야 된다, 실질적으로 가계소득을 좀 올려야 된다 이런 쪽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된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네, 그렇죠, 그리고 내수가 걱정이라면 저소득층에 돈을 많이 주는 게 맞는 것이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서 소비성향이 높거든요, 그러니까 돈을 벌면 거기서 쓰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경기가 안 좋아서 그걸 실려야겠다고 생각하면 소득을 아래쪽으로 재분배하는 게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지금 또 정부가요, 새해 경제 정책 방향을 내놓은 걸 보면 구조 개혁,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게 어떻게 해서든 비정규직을 좀 살려보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를 해소해보겠다는 뜻인데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네, 아니 뭐 방향 자체는 좋은데 방법이 제 생각에는 좀 잘못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규직, 비정규직 차이를 줄이는 게 맞는데 이거를 비정규직 대우를 좋게 해줘가지고 상향평준화를 해야지 지금 하겠다는 거 보면 정규직 대우를 나쁘게 해가지고 하향평준화를 하려고 하는 거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음, 하향평준화다?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그렇죠. 지금 우리나라가 사실 저임금이나 그 나쁜 노동 조건 이런 걸로 경쟁할 단계는 지났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투자나 연구개발들을 잘해가지고 생산성을 높여서 노동자들 임금도 더 많이 주고 노동 조건도 더 좋게 해 주는가 그리고 모든 사람을 말하자면 정규직처럼 잘해줄 수 있게 하는가 이런 걸 생각해야 되는데, 이게 지금 하는 방향을 보면 어떻게 하면 정규직을 끌어내려가지고 비정규직하고 격차를 줄일까 이런 식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생각해보면 이게 결국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느냐 이런 건 생산성의 문제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독일같이 생산성이 높은 나라는 뭐 중국의 30배를 받아도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이 있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도 어떻게 하면 그런 식으로 따라갈 수 있느냐 그 생각을 해야 되는데 그냥 단기적으로 ‘아 지금 비정규직에 비해서 정규직이 너무 대우를 잘 받는 거 같으니까 그거 좀 깎아내리자’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하향평준화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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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가석방 관련

▷ 한수진/사회자:

자, 지금 여러 가지 여쭙고 싶은 말씀은 많은데, 시간이 얼마 없어서 말이죠. 장하준 교수님, 이거 하나만 마지막으로 좀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경제사면 이야기를 꺼냈거든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건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웃음) 하, 글쎄요. 그 뭐 경기 부양에 필요하다고 풀어줄 죄면 애당초 왜 감옥에 집어 넣었나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데, 나름대로 중요한 죄를 지었다고 해가지고 감옥에 집어넣은 건데 그걸 그냥 경기부양하기 위해서 풀어주겠다, 저는 이건 뭐 정당성도 없고 그 다음에 효과도 없을 거라고 봐요. 정말로 옛날에 박정희 대통령이 쿠데타 초기에 했듯이 무슨 서약서라도 받아내고 풀어준다면 모르지만 뭐 그냥 감옥에 갇힌 재벌 총수 몇 명 풀어준다고 해가지고 투자가 살아나고 우리나라 경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겠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아, 논리도 없다 하는 말씀이시네요. 네.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네,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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