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따뜻한 손길이 더욱 절실한 연말연시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십년 넘게 기부를 해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을 그래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얼굴없는 천사들의 이야기를 심영구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의 한 주민센터 근처에서 발견된 종이상자입니다.
직원들이 열어보니 5천만 원 넘는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며 힘을 내라는 응원의 글도 남겨져 있었습니다.
[임나경/전주 노송동주민센터 : 40대 중반 정도인 남성이셨어요. (전화로) 세탁소 옆에 차량이 한 대 있는데 그 차량 뒤에 A4 상자 하나 놓고 가니까 (빨리 가보라고).]
전주시는 이 돈을 기부자의 뜻대로 소년소녀 가장과 지역 노인들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 중년 남성은 전화로 돈을 놓은 곳만 알리고 홀연히 사라지기를 15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부한 액수가 4억 원에 육박합니다.
충북 제천에서도 신원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소외계층에게 전달해달라며 연탄 2만 장을 기부했습니다.
연탄 기부 역시 2004년부터 11년째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김대식/제천시청 희망복지팀장 : 감사패나 시민상을 수여하려고 노력 했지만 본인이 원치 않아서….]
이들 외에도 4년 연속 1억 원 넘는 수표를 자선냄비에 넣고 있는 서울 '신월동 주민'부터 1억 2천만 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대구 제2의 키다리 아저씨까지 경제 불황 속에서도 얼굴없는 천사들의 선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