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과급 축소에 울산 '연말연시 특수' 실종

SK에너지 등 성과급 없어…시민 소비심리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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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주력산업의 실적 부진으로 주요 기업들이 성과급을 없애거나 축소하면서 '연말연시 특수'가 사라져 지역 실물경제도 타격받고 있다.

실적 부진의 여파는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업계가 가장 두드러진다.

SK에너지는 작년 연말 완료된 노사 임금협상에서 임금 동결과 함께 별도 보너스도 없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 회사는 통상 매년 연초에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직원들조차 기대를 접은 상황이다.

SK에너지의 한 직원은 4일 "아직 공식적으로 성과급이 없다는 발표가 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위기감이나 분위기에서 성과급을 기대하는 직원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에 사업장을 둔 에쓰오일도 사정은 같다.

에쓰오일은 현재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보너스는커녕 얼마간의 임금 인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해 영업실적이 발표되는 1∼2월에는 금액이 많든 적든 성과급을 챙겨왔는데, 올해는 일찌감치 기대를 내려놓은 직원이 대다수다.

조선업계 불황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현대중공업도 힘든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누적 손실만 3조원이 넘어선 이 회사는 작년 5월에 임단협을 시작했으나, 노사 이견으로 20년 만에 파업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다 한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야 잠정합의를 끌어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대비 2% 임금인상 외에 격려금 150%(주식 지급) + 200만원 지급, 직무환경수당 1만원 인상, 상품권(20만원) 지급 등의 조항이 담겼다. 노조는 7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성과급이 전혀 없는 정유업체와 비교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작년에 200%를 웃도는 연말 성과급을 챙긴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기분이 남다를 수 있다.

그나마 현대자동차는 작년 단체교섭에 따라 연말에 사업목표달성 장려금 370만원과 기본급의 250%를 지급하는 등 지역 주요기업 가운데 넉넉한 연말연시를 보장했다.

이처럼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주력 사업장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울산지역 소비심리도 얼어붙은 상태다.

당장 송년회가 몰리는 12월 말에도 도심 주요 상권은 별다른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여기에 주요 기업의 '성과급 잔치'도 올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초 대목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남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40)씨는 "12월은 단체 모임이나 예약으로 연중 가장 바쁠 시기인데, 작년 연말은 한 주 내내 한가한 날이 많았다"면서 "드물게 손님이 오더라도 테이블당 계산하는 금액인 '테이블 단가'가 예년보다 20~30% 낮아졌다"고 밝혔다.

상인 김모(53)씨도 "작년 기업 실적이 좋았다면 연말부터 돈이 돌았을 텐데 그 반대의 결과로 아예 소비가 실종됐다"면서 "결국 산업체가 밀집한 울산은 기업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당분간은 계속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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