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특종' 그린월드 "미국언론 소니해킹 보도 무책임"

`북한 소행' 단정짓기 어려워…"통킹만 사건이나 이라크 전쟁 교훈 삼아야"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 영화사) 해킹사건이 북한의 소행인지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이 사건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가 지나치게 정부 편향적이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정보수집 행태를 보도한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2일(현지시간) 자신이 주도하는 독립매체 '인터셉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19일 "북한 정부가 이번 해킹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그린월드 기자는 "이번 일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추정할 수는 있지만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수많은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 짓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미국 주요 언론들은 정부의 발표를 '되새김질'하는 수준을 넘어서, 익명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했다'는 식의 보도를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다수 미국 언론이 '정부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북한 책임'이라고 보도하는 행태는 '자기 입증'이라는 점 때문에 부적절할 뿐 아니라, 미국의 또 다른 공격적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그린월드 기자는 경고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으로부터 약 11년, 그리고 (베트남) 통킹만 사기 사건으로부터 약 50년이 지난 현 시점에 모든 언론인들은 증거가 없는 정부 발표를 진실로 추정하는 일이 언론을 정부의 선전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쟁의 도화선이 된 통킹만 사건은 1964년 미국 구축함이 베트남 어뢰정들과 교전을 벌인 뒤 미 해군에서 '2차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고한 것을 계기로 미국이 북베트남에 대한 폭격과 지상군 투입을 결정한 일을 가리킨다.

그러나 당시 국방장관이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1995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당시 사건이 일부 조작됐음을 고백하는 등 '2차 공격'이 허위 보고였음을 밝히는 자료들이 계속 나타나면서 통킹만 사건은 전쟁이라는 정치적 이해 때문에 진실이 왜곡됐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FBI는 소니 해킹 사건을 '북한 책임'으로 결론내린 이유로 "한국을 공격했을 때 쓰인 컴퓨터 악성코드와 소니 해킹 때 쓰인 악성코드와의 유사성"과 "소니 해킹에 쓰인 악성코드에 저장된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와 북한 관련 IP 주소들 사이의 교신"을 들었지만,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이런 점들이 북한 소행으로 단정 짓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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