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등 금연에 길거리로 나앉은 '길빵'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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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음식점 등에서도 사실상 전면 금연이 실시됨에 따라 점심 후 끽연을 즐기던 직장인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밀집한 강남역 주변에서는 유독 가게 앞에서 '길빵'(길거리 흡연의 속어)을 하는 남성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새해부터 소규모 음식점도 흡연이 전면 금지된 데다 커피숍, PC방 등은 흡연만을 위한 '흡연실'이 설치되지 않은 이상 담배를 피울 수가 없게 돼 흡연자들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흡연실은 자연환기가 가능하거나 별도의 환기시설을 갖춰야 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을 놔둘 수가 없어 사실상 금연 조치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 대형카페는 매장 한쪽에 마련된 20석짜리 흡연실에 '금연구역입니다.

오른쪽 흡연 부스를 이용해 주세요'란 안내문을 붙였고, 흡연 부스로 가보면 재떨이 두 개만 있을 뿐 손님이 앉을 수 있는 의자 등은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 카페의 20대 여성 종업원 A씨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느냐고 묻는 손님이 많은데, 부스에서 서서 피워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다들 나가신다"면서 "지금 옛 흡연석쪽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것도 그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도심지인 종로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종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아르바이트생 B씨는 "흡연실 때문에 일부러 매장에 와서 상주하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금연구역 지정 소식을 듣고 테이크아웃으로 주문을 바꾸거나 아예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박성훈(38)씨는 "이곳에 흡연실이 있어서 자주 왔는데 더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추운데 담배를 나가서 피우고 돌아와야 했다"고 불평했습니다.

흡연실을 운영하는 종로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흡연실 내 의자가 사라지고 중앙에 재떨이가 놓인 테이블만 있었습니다.

이곳 직원은 "시행령상 고객이 앉아서 음료를 마시는 등 상주하면 안 되고, 담배만 피울 수 있게 흡연실을 만들어야 해 지침에 따라 흡연실 시설을 바꿨다"고 전했습니다.

직장인 김모(23)씨는 "담뱃값도 올랐는데 PC방, 식당에서도 이제 못 피운다던데 정말 어디 편하게 앉아서 담배도 피우지 못한다니 이중고 삼중고"라고 토로했습니다.

카페 주인들은 매출이 줄어들까봐 울상입니다.

대치동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는 C(46·여)씨는 "이제 시작이어서 당장 매출에 영향이 없고 흡연실도 조만간 만들 생각이지만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이 크게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나면 여전히 실내 흡연을 허용하는 커피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저가 커피 체인점에선 회사원으로 보이는 40∼50대 남성 6명이 흡연실에서 사이좋게 담배를 나눠 피우는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남성들은 "오늘(2일)까지는 흡연석을 이용해도 좋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피우는 것"이라고 변명하면서도 "정부에서 세금을 더 걷으려고 담뱃값을 올리고 흡연자들이 설 곳을 완전히 없애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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