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브리핑] 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언급…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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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 첫날부터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어제(1일)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를 통해서 남북 정상회담도 못 할 게 없다.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문준모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김정은 비서가 이런 얘기한 게 처음인 것 같은데, 작년보다 상당히 전향적으로 바뀌었어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 보자." 이런 추상적인 언급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해서 상당히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는 게 달라진 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신년사에서 그 관련 부분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정은/북한 노동당 제1비서 :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들으신 대로 김정은은 '최고위급 회담', 즉 남북 정상회담도 못 할 것이 없다고 했고, 고위급 접촉, 또 부문별 회담 등 구체적인 대화 방법까지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지난해보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상당히 진일보했다. 이런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정상회담까지 거론할지 몰랐다는 그런 반응이 많은데, 이렇게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오게 된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먼저 집권 3년 차를 맞아서 김정은이 이제 자기만의 정치,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열어나가겠다는 측면과 관련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북한의 상황이 여러 가지로 답답한 상황이 많은데, 남북관계 개선을 돌파구로 삼아서 이런 상황들을 극복해 보겠다는 측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 외교적으로 지금 상당히 고립돼 있는 상황이거든요, 2013년 말에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혈맹이었던 중국과 관계가 멀어질 대로 멀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또 최근엔 북한 인권상황이 유엔 안보리 의제로 채택될 정도로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이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발판으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남측과 경제협력도 모색해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사실 우리 입장은 대화를 하자고 계속 노크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북한에서 잘 안 받아들여줬단 말이죠. 사실 작년 말만 해도 우리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비난까지 했던 북한인데, 우리 정부는 지금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정부도 어제 즉각적으로 입장을 내놨는데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는 하고 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어제 발언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류길재/통일부 장관 : 우리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 간 대화가 개최되길 기대한다.]

정부는 특히 통일준비위 명의로 북측에 남북회담을 제안한 지 사흘 만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한 걸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로서도 출범 이후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또 동북아평화구상, 드레스덴 선언, 그리고 최근엔 통일대박론까지 남북관계에 대한 다양한 구상들을 내놨지만, 실제로 성과는 없었다.

이런 지적들을 받고 있거든요, 따라서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달 중순쯤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서 획기적이고 구체적인 대북 제안을 내놓을 것이다. 이런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시작 분위기는 이 정도인데, 그렇다면 올해 정말 남북 대화의 가능성 어떻게 전망이 되나요? 진짜 가능할까요?

<기자>

남과 북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갖고 있는 측면에서 볼 때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 대화가 이루어 지지 않겠느냐, 이런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남북 정상회담까지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도 어제 보면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식의 여러 가지 전제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관련 부분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정은/북한 노농당 제1비서 : 전쟁연습이 벌어지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신의 있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고 북남관계가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습니다.]

또 북한으로서는 남측에 5·24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구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천안함 문제를 매듭지어야 합니다.

북한이 이걸 받아들일 거냐 이런 부분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고요, 무엇보다 김정은이 핵 개발 의지를 지금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남북 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있지만, 대화가 열린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관계개선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넘어야 할 산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정상회담까지는 좀 많이 힘들어 보이는 상황인데, 아무튼 지금 벌써 3년째 김정은이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데, 사실 아버지 김정일은 한 번도 육성 발표 안 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할아버지가 그랬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2013년도부터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로 이제 3년째 같은 방식을 신사를 발표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방송을 통한 육성 신년사 발표를 정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신년사 발표는 말씀하신 대로 할아버지 김일성의 방식을 따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일성 주석은 집권기 중에 거의 매해 육성 방송과 함께 노동신문 1면에 신년사를 실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육성 발표를 하지 않고, 3개 신문 공동사설이라는 형식으로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결국, 김정은은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의 방식을 따르기로 결정한 걸로 보이는데요, 이것은 김정은이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리더십 측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이른바 '김일성 주석 따라 하기'로 보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일성처럼 담배를 공식 석상에서 자주 피운다든지, 그리고 살을 일부러 찌운다든지 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게 말입니다. 누구를 따라 하든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닌데, 어떤 리더십을 가지고 있든 우리와 대화할 때는 좀 진정성을 가지고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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