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드러낸 '재벌의 민낯'

'기업은 개인 소유물' 인식에 비판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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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땅콩 회항' 사건과 이후 대한항공의 대응에서 재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 조현민 전무가 언니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라고 문자를 보낸 사실이 오늘(31일) 뒤늦게 드러나자 한 항공업계 관계자가 한 말입니다.

복수의 주된 대상은 사건을 폭로한 박창진 사무장을 비롯한 회사 임직원으로 보입니다.

조 전 부사장이 구속돼 성난 여론이 잠잠해지는가 싶었지만 조 전무의 문자 때문에 다시 들끓는 양상입니다.

이번 사건 이후 다른 형제들은 입 조심을 하고 있지만 막내인 조 전무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머릿속을 그대로 노출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조 전무는 오전 자신이 보낸 문자 내용이 보도로 알려지자 곧바로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신속하게 사태 수습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다. 다 치기 어린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기사 댓글을 보다가 어느 분이 너무나 극악한 내용을 올렸기에 잠시 복수심이 일어 속마음을 언니에게 보냈다. 그러나 곧 후회했다"고 썼다가 지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대한항공 사정에 밝은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모습이 이번에 다 드러나는 것 같다"면서 "직원들도 언제 무슨 일로 화를 입을지 몰라 항상 조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무는 트위터에서 "그날 밤에 '나부터 반성하겠다'는 이메일을 직원들한테 보낸 것도 그런 반성의 마음을 담은 것이었다"면서 사태를 진화하려 애썼습니다.

"한 사람이 아닌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라는 말 때문에 오너 일가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을 샀던 이메일을 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언니에게는 복수하겠다는 '속마음'을 말해놓고 같은 날 직원들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낸 것이 반성의 뜻이었다는 해명은 믿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 14일 몇몇 임원들에게 "경직된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대한항공 조직문화의 정점에 있는 자신과 오너일가에 대한 자성 없이 변화를 주문해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조 회장은 2012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석인하학원 소속인 인하대에서 시민단체가 시위할 때 학생들의 도서관 출입을 통제했다가 항의를 받자 "학생이 주인이 아니다. 이 학교 주인은 나다. 여긴 사립학교이고 사유지"라고 말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조 회장 일가의 안하무인격 태도는 정치권으로부터도 질타받았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조 전무의 문자를 놓고 "총수 일가가 회사 직원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다니 제정신이 아니다"면서 "굴지의 항공사를 운영하는 총수 일가의 가족문화가 이 지경이라면 조 회장 일가는 대한항공 경영 일선에서 총퇴진해야 마땅하다. 대한항공을 개인 소유물로 여긴다면 기업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의당의 김종민 대변인은 논평에서 "조 전무가 '치기 어린 잘못'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면서 "조 전무는 그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 구시대적 족벌경영 체제에 대한 칼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처럼 재벌의 경영시스템에 손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근 SK그룹 경영진을 상대로한 강연에서 "'조현아 사건'은 재벌가 3∼4세들이 사회와의 공감 능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면서 총수가 그룹 전체의 '코디네이터'로서 내부 업무 조정자이자 외부와의 대화 창구 기능만 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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