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물가상승률…디플레이션 우려 현실화하나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그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8% 상승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4개월 만입니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작년보다 1.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작년(1.3%)과 같은 수준으로, 0.8%를 기록한 1999년 이후 최저입니다.

물가는 내년에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많이 내려가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0%대에 진입했다"며 "유가 하락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하방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내년에 담뱃값이 2천 원 인상되면서 0.6%의 물가상승 효과가 기대되지만, 이는 수치상의 변화일 뿐 한국의 저물가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대에 거래되며 2009년 이후 5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입니다.

원유 수입국인 한국 입장에서 국제유가 하락은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물가 측면에서는 '악재'인 셈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면서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미약해진 것이 저물가 기조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1천조 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 역시 소비를 억제해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한국의 저물가 상황이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며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현재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0%대를 5년 정도 지속된 뒤 마이너스 물가로 들어섰다"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책 효과가 떨어지기 전에 소비를 끌어올려 물가상승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있습니다.

경제사령탑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물가상승률이 최근 몇 년간 1%대여서 이를 구조적으로 오래 내버려두면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재정·통화 등 부양책으로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구조개혁을 통해 디플레이션 유발 요인을 치료한다는 전략입니다.

정부는 올해 41조 원+α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했고 내년 예산 375조4천억 원도 올해보다 19조6천억 원(5.5%) 늘어났습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회복세가 약하다고 얘기하기도 어려울 만큼 회복이 멈춰있는 상황에서 물가도 크게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실장은 "특히 국제유가가 내년에도 한국 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면서 물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며 "유가 하락이 경제성장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소비·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벗어던지려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인하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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