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 vs 기량’ 강정호, 협상 줄다리기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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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타협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에이전트계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피츠버그와 개인 협상을 시작할 강정호(27, 넥센)의 전망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딱 중간 상황이다.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다. 어찌 보면 협상의 묘미가 제대로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라고 흥미로운 반응도 덧붙였다. 양쪽 모두 자신의 주장에 논리와 설득력이 있는 상황. 이제 협상은 조만간 시작될 기 싸움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선택을 받았다. 내야가 꽉 차 있는 피츠버그의 강정호 입찰은 사실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피츠버그는 다목적 용도로 강정호의 기량에 주목했고 500만2015달러를 써냄으로써 강정호에 대한 독점 교섭권을 손에 넣었다. 이제 양자는 우리시간으로 1월 21일 오전 7시까지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협상에는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츠버그의 교섭권 획득 소식이 전해진 뒤 곧바로 미 현지가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 휴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관례상 본격적인 만남은 1월 초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사 만난다 하더라도 곧바로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양쪽의 시각차가 적잖고 그 차이를 좁히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마감 시한을 거의 대부분 채울 것이라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포문은 강정호 측이 먼저 열었다. 에이전트인 옥타곤의 앨런 네로가 이미 포스팅 절차가 개시되기 전 연평균 500만 달러, 그리고 4년 남짓의 계약을 원한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이 줄어들 경우 연평균 보장금액은 더 올라가야 한다며 대략적인 협상 방향도 드러냈다. 피츠버그도 이를 알고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이 돈을 다 준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을 것이다. 관례에 따라, 그리고 팀 상황에 따라 최대한 보장 금액을 깎으려고 할 것이 유력하다.

우선 관례가 있다. 보통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MLB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연봉은 포스팅 금액과 비례했다. 적으면 적을수록 연봉협상에도 불리하다. 그런 측면에서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은 에이전트 측에서 원하는 액수를 모두 따내기에는 부족한 수치다. 실제 강정호와 비슷한 포스팅 금액을 받고 나간 니시오카 쓰요시(당시 미네소타와 협상)도 3년 925만 달러 정도를 받는 데 그쳤다. 당시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후한 액수”라고 했었다. 3년 전과 지금의 차이를 고려하면 협상의 기준선이 될 수 있다.

피츠버그는 주전 2루수 닐 워커의 FA 이적에도 대비해야 하는 만큼 강정호를 4년간 붙잡아두고 싶어 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4년 보장을 제시할 가능성 또한 낮다는 것이 현지 및 에이전트계의 시각이다. 이 또한 ‘확신이 없는’ 아시아권 선수들의 MLB 첫 계약 때 자주 쓰인 전법이다. 3+1, 2+2 등의 계약을 제시할 것이 유력한데 2+2는 강정호 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정설이다. 이 부분도 줄다리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피츠버그가 그간의 관례, 그리고 5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야수가 팀 내에서 세 명에 불과하다는 점 내세운다면 에이전트 측은 강정호의 순수한 가치를 내세울 전망이다. 니시오카 등 기존 일본인 내야수들과는 차별화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 20대 중·후반의 나이를 어필해 4년 보장 계약을 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략적인 예상이다. 인센티브 규모, 마이너리그 거부권 등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또한 인내심과 전략 싸움이다.

결과적으로 중간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아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양쪽의 온도차가 커 보이지만 좁히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네로의 선전포고는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하나의 카드 정도다. 니시오카 이상의 계약을 따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강정호 측의 성공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정도라면 MLB에 첫 발을 내딛는 야수에게는 적잖은 대우이며 피츠버그에서 강정호를 쉽게 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협상은 1월 중순 이후 본격적인 불꽃이 튈 것으로 보인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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