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건소 무기계약 전환 전국 꼴찌 이유 있었네


부산지역 일선 보건소 기간제 근로자들의 무기계약 전환율이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반(反)고용 지자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30일 전국민주연합노조가 밝힌 지난 11월 기준 전국 광역자치단체 보건소 건강증진사업 인력 현황에 따르면 부산지역 보건소 기간제 근로자들의 무기계약 전환율은 3.8%로 17개 광역자치단체(전국 평균 26.2%)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광주시가 90%로 가장 높고 세종시 66.7%, 대전시 54.5% 등 3개 시가 절반을 넘겼다.

경기도는 42.6%, 강원도와 전남도는 각 41.4%로 40%대를 유지했다.

이 밖에 충남(37.7%), 충북(35.3%), 제주(29.2%), 대구(26.1%) 등 대부분 시·도가 20∼30%를 보인 반면 부산은 한자릿수로 꼴찌를 기록했다.

부산이 이처럼 저조한 수치를 보인 것은 지난 10월 16일 연제구청에서 열린 부산지역 구·군단체장협의회에서 단체장들이 보건소 기간제 근로자들의 처우 문제와 관련해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구청장들은 '이미 무기계약직 전환을 한 기장군과 연제구를 제외한 14개 구는 현 체제를 유지한다'라는 내용의 협의문을 채택했다.

이날 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5명의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려던 중구와 14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을 추진하던 사상구도 구청장 결재를 앞두고 없던 일로 했다.

다른 기초단체들도 이날 협의회 결정에 따라 무기계약 전환 관련 업무를 아예 중단하고 말았다.

보건소의 기간제 근로자 대부분은 간호사, 영양사, 운동처방사, 물리치료사, 치위생사 등이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자, 홀로 사는 노인 등 건강 취약계층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건강을 살펴주는 사회복지 최일선에서 일 한다.

부산지역 일선 보건소에서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는 방문관리사 200여 명과 보건소 내 근무자 등을 합쳐 모두 37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 지침'에 따라 2015년부터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보건소 비정규직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한 것은 사회복지 업무 특성상 연속성이 담보돼야 하는 사업으로 봤기 때문이다.

담당자가 바뀌게 되면 대상자부터 다시 파악해야 하는 등 업무 성격을 고려한 것이다.

무기계약직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해야 하는 기간제 근로자와 달리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는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연제구는 지난 3월 11명의 보건소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했고, 기장군도 지난 9월 7명의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16일 기초단체장들의 모임 이후 기장군과 연제구를 제외한 14개 구는 무기계약 전환을 모두 중단했다.

이 바람에 370여 명에 이르는 부산지역 보건소 기간제 근로자들 가운데 기장군과 연제구를 제외한 350여 명은 12월 말을 끝으로 해고 상태에 놓인다.

부산 일선 보건소는 이들을 12월 말로 모두 내보내는 대신에 최대 5년 고용 연장이 가능한 임시제 공무원 채용공고를 내 기존 기간제 근로자들을 흡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국민주연합노조 이경수 교육선전국장은 "부산 기초단체장들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한 것도 모자라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비정규직을 양산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재민 전국민주연합노조 부산 보건소지부장는 "부산처럼 무기계약 전환을 거부하기로 사전에 담합한 곳은 전국 어느 곳에도 없다"며 "선출직 단체장들이 업무공조를 빌미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보건소 시간제 근로자 처우 개선에 평소 관심을 보여온 부산시의회 정명희(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의원은 "부산의 보건소 인력 중 비정규직 비율이 53.6% 이르고, 보건소 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주민이 6천명에 달해 전국 평균 4천명보다 훨씬 많다"며 "여기에다 단체장들이 무기계약 전환까지 담합해 막았다는 사실을 듣고 그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개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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