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벼락' 습득자…홍콩서 절도죄 vs 대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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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와 홍콩에서 '돈벼락'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대구에서 돈을 주워간 사람들은 처벌받지 않은 반면 홍콩에서 돈을 챙긴 사람들은 절도죄로 체포됐습니다.

어제(29일) 대구 도심 왕복 8차로에서 안모(28·무직)씨가 5만원권 지폐 160여 장(800여만 원)을 길바닥에 뿌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본 행인과 운전자 등이 돈을 줍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5분여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바닥에 떨어졌던 지폐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30일 오전까지 주워간 돈을 돌려주겠다고 알려온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의 회수액은 '0원'입니다.

하지만 안 씨가 뿌린 돈을 가져간 사람들을 절도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경찰이 도로에 고의로 돈을 뿌린 안 씨 행위를 돈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지폐를 주워 간 사람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버려진 타인의 냉장고, 책상 등을 재활용하기 위해 들고 간 사람을 절도 등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경우라는 것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안 씨의 행동은 자신의 돈을 버린 것과 똑같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가져가라고 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주워간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로 가져간 돈을 압수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돈이라도 주인이 실수로 흘린 것을 주워 간다면 절도죄 및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홍콩 '돈벼락' 사건이 이에 해당합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홍콩 번화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현금 수송 차량의 뒷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22억 원(1천523만 홍콩 달러) 상당의 지폐가 바닥에 쏟아졌습니다.

문제의 현금수송 차량에는 운전자와 경비요원 등 3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들은 14㎞가량 떨어진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야 현금상자 분실을 알아차리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다음날 현지 경찰은 고속도로에 떨어진 돈을 주워간 일부 시민을 절도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또 돈을 가져간 다른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입니다.

대구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홍콩 사건의 경우 주인이 돈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실수로 흘린 것이기 때문에 도로에 떨어진 돈을 가져가면 절도 등 혐의로 처벌 받게 된다"며 "가능한 한 빨리 자진신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구에서 안 씨의 돈을 주워 간 사람들도 도의적 차원에서 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옳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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