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탈(脫) 종이신문 전략 강화


미국의 권위있는 언론사인 워싱턴포스트가 소프트웨어 공급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콘텐츠 관리 소프트웨어를 라이선스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타언론사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일반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 라이선스 판매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컬럼비아, 예일, 메릴랜드 대학 학생신문사들에서 시험적으로 사용토록 한 상태다.

최근 출범한 미국 지역 신문 네트워크가 잠재적인 고객에 포함된다.

워싱턴포스트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게 2억5천만 달러에 매각된 이후 새로운 소득원 창출과 기술 기업으로의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종이신문 사업이 쇠락하면서 디지틸 부문 수익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종이신문은 뉴스 소비 행태의 변화, 새로운 경쟁자의 진출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강한 물살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은 워싱턴포스트 뿐만이 아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신문과 잡지들의 세전·이자 지급전 이익(EBITDA)이 최소한 내년말까지는 5∼10%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종이 매체에 실리는 광고 수입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본다면서 디지털 전략만으로는 전반적인 EBITDA 하락 추세를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티브 힐스 워싱턴포스트 사장은 이에 대해 중단기적으로 종이신문은 디지털 사업이 향후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돈줄이며 장기적으로 전투는 모두 디지털쪽에서 벌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는 제프 베조스의 장기 전망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뒤 18개월 동안 베조스는 적지않은 투자를 단행, 100명의 편집인력을 채용했다.

이 기간 순증 인력은 60명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의 파이어 태블릿용 앱을 통해 아침과 저녁에 편집된 종이신문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하는 등 새로운 디지털 상품도 선보였다.

경영진은 그 덕분에 웹사이트 트래픽이 늘어났다면서 디지털 강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사기관인 컴스코어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 방문자는 지난달 62% 늘어난 4천580만명이었다.

그러나 베조스의 영향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는 부문은 기술관련 사업이다.

올해 20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해 전체 인력은 225명으로 늘어났다.

엔지니어들은 디지털 사업은 물론 전통적인 인쇄사업부, 인사관리, 영업, 광고사업 파트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샤일레시 프라카시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워싱턴포스트의 요구에도 맞고 타언론사에도 개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하면서 아마존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언론사들이 디지털 기술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데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정치전문지 뉴리퍼블릭은 소유주인 페이스북 창업자 크리스 휴즈가 디지털 중시 전략을 적극 취하기 시작하자 다수 직원들이 불만을 품고 집단 퇴사하는 사태를 맞았다.

워싱턴포스트의 마틴 배런 편집인은 경영진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그는 베조스가 워싱턴퍼스트에 투자한 것은 회사가 분기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를 실험할 수 있는 '활주로'를 제공하려는 의도라고 말한 바 있음을 상기시켰다.

배런은 "우리는 기업이며 그는 자선단체를 운영하기 위해 우리 회사를 인수하지 않았다"면서 "활주로는 끝이 없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륙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 소유주인 그레이엄 가문이 경영하던 시절에도 기술인력을 확충하고 있었다.

프라카시 CIO은 워싱턴포스트가 베조스와 손 잡으면서 재능있는 개발 인력을 영입할 수 있는 능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인력 영입에는 대가가 따른다.

취업정보 사이트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워싱턴DC 지역에서 기자들의 평균임금은 5만2천달러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평균 7만8천달러를 받는다.

기술 기업들은 종종 스톡옵션도 제공한다.

워싱턴포스트가 뉴욕에 설계와 개발 사무실을 개설하는가 하면 본사와 거리상 가까우면서 벤처기업들이 몰려드는 버지니아주에 내년 3월 사무실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이런 고용시장의 사정을 감안한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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