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행방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여행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 수사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경찰이 잠적한 피의자 정형근(55)씨를 조속히 검거하기 위해 공개수사로 수사 방침을 전환한지 28일로 나흘째이지만 수색에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정씨는 지난 24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마지막으로 휴대전화를 잠시 켠 뒤 계속 꺼 놓고 있다.
신용카드나 현금카드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과 아들이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오래됐으며, 일용직 근로자라 주거가 일정치 않은 '떠돌이'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씨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잡기가 쉽지 않아 경찰은 시민 제보에 주로 의지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제보가 들어오면 현지 수사요원을 급파해 제보 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정씨와 연락이 닿을 만한 지인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는 인천 남동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전국에서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의미 있는 제보는 없었다"며 "정씨가 휴대전화를 꺼둔 채 종적을 감춰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가 난항을 겪자 이날 정씨의 도주 모습이 담긴 수배 전단을 다시 배포하고 제보에 협조해달라고 시민에 재차 당부했다.
경찰은 지난 23일 서울 모처에서 정씨가 길거리를 걷는 모습을 포착한 폐쇄회로(CC)TV 동영상을 추가로 확보, 수배 전단을 재배포했다.
경찰은 동영상 속 정씨가 노란색 지퍼가 달리고 어깨와 모자 부분이 회색인 네파 브랜드 패딩 점퍼와 감색 카고바지(건빵바지)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색 등산화, 검정 모자, 검정 배낭, 목 토시를 착용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정씨는 키 165∼170cm에 보통 체격이며, 걸음걸이는 약간 저는 듯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일 밤 인천시내 자신의 집에서 전모(71·여)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은 채 집에서 멀지 않은 간석동 빌라 주차장 담벼락 아래 유기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3시 7분께 고등학생의 신고를 받고 전씨 시신을 발견,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전씨 시신에는 오른쪽 옆구리, 목 등 5군데를 흉기로 찔린 흔적이 있었고 머리는 둔기로 맞아 일부 함몰한 상태였다.
경찰은 전씨가 장사하던 시장을 오가면서 전씨와 알고 지내던 정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지난 24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오고 있다.
한편 정씨가 전씨를 살해한 다음 날 전씨의 딸이 다니는 교회를 찾아 딸과 가까운 거리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도 CCTV에 포착됐다.
정씨는 전씨와 같은 시장에서 장사하던 전씨의 딸과도 친분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