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노부부의 '깔맞춤 커플룩'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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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세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관객 동원력을 보이며 신드롬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가 보여준 알콩달콩한 로맨스는 남녀노소에게 '사랑의 정석'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간다.

이를테면 여자를 사로잡는 남자의 한결같은 듬직함, 남자를 사로잡는 여자의 달콤한 애교는 세대를 막론한 불변의 연애 기술임을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부부의 빛깔고운 커플룩이다. 두 사람은 외출 때마다 상·하의 색깔을 맞춘 커플 한복을 입었다.

젊은 연인들이 애정을 과시하기 위해 선보이는 커플룩을 80~90대의 노부부가 즐겨입는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부부간에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지고, 나이가 들수록 애정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병만 할아버지 부부는 외출 때마다 커플룩을 맞춰입고 두 손을 꼭 붙잡고 거리를 활보했다.

그렇다면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노부부는 어떻게 매번 새 옷을 입고 외출할 수 있었을까. 행여 영화 출연을 의식해 무리해서 마련했거나, 제작진이 영화 의상의 개념으로 부러 입히신 건 아닐까 하는 시시콜콜한 궁금증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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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영화를 연출한 진모영 감독은 "자녀들의 생일 선물이었다"고 밝혔다. 진 감독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젊었을 때 좋은 옷을 입어본 적이 없이 사셨다. 그러다보니 할머니는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마다 선물로 새 한복이 입고 싶다고 하셨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거치면서 한복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또 감독은 "두 사람은 집에서는 허름한 옷을 입더라도 밖에 나갈 때는 곱고 좋은 걸 한복을 색깔까지 맞춰 입으셨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금실이 처음 화제가 된 것도 커플룩을 맞춰 입고 동네 5일 장에 나선 모습을 지역 신문에서 포착해 보도하면서부터였다.

인스턴트식 사랑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두 사람의 한결같은 금실은 마치 구석기 시대의 화석과 같이 다가왔다. 너무나 희귀해서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때문에 진모영 감독에게 상황을 설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감독은 "제작진 역시 두 분 사이가 정말 이렇게 한결같으실까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초반에는 카메라를 안가지고 불쑥 찾아가보기도 했다. 그러나 두 분은 촬영을 했던 15개 월 동안 시종일관 똑같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붙이면 '남'이 되는 세상에 전하는 조병만, 강계열 부부의 사랑은 그야말로 전설과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 아름다운 전설에 우리는 지금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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