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 '달콤' 안통해요…토마토·해초맛 과자 인기


해외에서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국내 식품업계의 눈물겨운 노력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선 꿀을 넣은 '달콤한' 스낵류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의 '고래밥(중국내 상표 好多魚)'은 중국 비스킷류 시장에서 지난해 단일 품목 매출로는 1위(작년 1천350억 원)에 올랐습니다.

강한 맛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식성에 맞춰 토마토·해조류·BBQ(바베큐)·치킨 등 여러가지 맛의 고래밥을 선보인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업체측의 분석입니다.

특히 철저한 중국 현지 조사를 통해 개발한 토마토맛의 경우, 이달 현재 전체 중국 내 고래밥 판매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리온 관계자는 "솔직히 한국인은 현지 제품의 토마토맛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라고 전했습니다.

중국인들은 토마토를 우리처럼 샐러드 등의 형태로 날로 먹지 않고 대체로 고기와 함께 끓여 스튜로 즐기거나 얇게 썰어 구워먹는데 이 맛을 과자의 양념에 적용하자 '대박'을 터뜨렸다는 설명입니다.

오리온은 고래밥 뿐 아니라 '예감'과 '오!감자' 등 중국에서 판매하는 감자스낵에도 '토마토맛'을 더했습니다.

두 감자 스낵의 판매량 가운데 '토마토맛'의 비중도 현재 각각 18%, 35%에 이릅니다.

양념 뿐 아니라 재료도 바꿨습니다.

한국 고래밥의 원료는 밀가루이지만, 중국 내 고래밥에는 감자를 사용합니다.

중국인들이 원하는 바삭한 튀김류 식감을 살리기 위한 선택입니다.

이 같은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오리온의 중국내 매출은 2009년 4천67억 원에서 지난해 1조1천131억 원으로 4년만에 2.7배로 불었습니다.

파리바게뜨 중국 상하이점은 중국인들의 기호에 맞춰 빵 위에 다진 고기를 얹은 '육송빵'을, 싱가포르에서는 단단한 빵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을 선호하는 현지이들의 입맛에 따라 포카차, 깔조네 등 다양한 조리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농심 신라면과 오리온 초코파이는 '한국의 맛'을 고집해 세계 시장을 공략한 경우입니다.

신라면은 농심의 올해 상반기 해외매출의 약 절반(1억1천100만 달러)을 책임질 정도로 수출 효자 상품이지만, 해외 출시 제품의 맛과 성분 등이 한국내 제품과 똑같습니다.

오리온 초코파이도 마찬가지로 국내용과 수출용의 기본 성분이나 맛에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초코파이의 경우 중국내 상품명을 '하오리요우(좋은 친구) 파이'로 바꾸고, 국내에서 '정'을 앞세웠던 광고 컨셉도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으로 대체하는 등 현지 정서에 맞춘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의 특징이 맵고 얼큰한 맛인데, 현지화 때문에 맛을 바꾸면 신라면이 아닌 다른 제품으로 수출하는 셈"이라며 "다행히 많은 세계인들이 한국의 맛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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