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지화 일가의 처절한 몰락사

형, 동생, 누나, 매형 등도 줄줄이 낙마


권력과 명예, 돈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던 링지화(令計劃)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공작부장 일가가 처절하게 몰락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내며 차기 정치국원 하마평까지 나왔던 링 부장이 부정부패 혐의로 중국 당국의 공식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의 낙마 사실은 22일 저녁에 전격적으로 발표됐지만, 그 이전부터 그의 형제들을 향한 중국 사정 당국의 칼날은 일찌감치 겨눠져 있었다.

의사 출신의 아버지는 총 5남매인 링 부장 형제들에게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를 접목시켜 루셴(路線·노선), 정처(政策·정책), 팡전(方針·방침), 지화(計劃.계획), 완청(完成.완성)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5남매 중 링 부장 본인은 물론 작고한 큰형 루셴을 제외하고는 작은형, 누나와 매형, 동생 등이 모두 체포되거나 당국의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링 부장의 형인 링정처(令政策) 전 산시(山西)성 정협 부주석은 지난 6월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낙마했고 누나인 링팡전과 매형인 왕젠캉(王健康) 산시성 윈청(運城)시 부시장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인 링완청은 왕청(王誠)이라는 가명으로 후이진리팡(匯金立方)자본관리유한공사 이사장으로서 각종 사업을 벌여 오다 '산시방(山西幇·산시성 정·재계 인맥) 수사'와 관련해 체포되는 신세가 됐다.

링 부장의 낙마 직후 중국 당국은 23일 링 부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진다오밍(金道銘) 산시성 당위원회 상무위원, 산시성 출신 선웨이천(申維辰) 과학기술협회 당조직 서기에 대해 뇌물 수수와 간통 등의 혐의로 당적과 공직을 박탈하는 쌍개(雙開) 처분을 내렸다.

홍콩 언론에서는 링 부장에 대한 공식 조사 사실은 후진타오 전 주석이 조사에 동의하면서 발표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홍콩 대공보(大公報)는 링지화 일가의 몰락사를 소개하면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중앙판공청 주임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링지화는 가족들에게 더없는 영광을 가져다줬지만 지금은 물에 빠져 죽을 만큼의 불행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했다.

그의 부인인 구리핑(谷麗萍)의 경우에는 간첩 혐의로 구속된 전 중국중앙(CC)TV 앵커 루이청강(芮成鋼)과 특수한 관계였다는 소문과 함께 정신 이상설, 체포설 등이 나돌고 있다.

링 부장의 부정부패 혐의는 아들이 낸 '페라리 교통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2012년 7월부터 서서히 불거져나 오기 시작했다.

페라리 교통사고 당시 공안, 사법기관을 총지휘하는 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이던 저우융캉(周永康)이 공안당국에 친필메모를 보내 사건은폐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문이 나돈 이후 링지화는 2012년 9월 중앙판공청 주임에서 물러나 예상 밖으로 통전부장으로 밀려나면서 낙마할 것이란 소문이 증폭됐다.

대공보는 23일 "그에 대한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링 부장이 변방으로 밀려난 이후 낙마할 운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링 부장은 저우융캉과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 등과 함께 이른바 쿠데타를 획책한 신 4인방으로도 분류된다.

한편, 가장 먼저 낙마한 보시라이 전 서기가 갖고 있던 프랑스 칸의 호화빌라가 중국 법원의 몰수 결정에도 프랑스 부동산 업체를 통해 695만 유로(약 93억 6천만 원)에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고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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