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남-북, 북-미 정상 회동 성사될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과 남북한 정상을 함께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행사 기간에 북-미, 남-북 정상 회동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외교수석)인 유리 우샤코프는 22일(현지시간) "2차대전 당시 모든 반(反)히틀러 연합국은 물론이고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초청됐다"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박근혜 한국 대통령 등이 함께 초청됐음을 확인했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주요국 정상들에 일괄적으로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샤코프는 일부 국가들은 이미 참석 계획을 알려왔고 일부 국가들은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평양으로부턴 행사 참석을 고려 중이라는 일차 신호가 왔다"고 소개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기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국 정부도 박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정상들의 참석 계획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러시아 언론 매체들은 우샤코프 보좌관의 발언을 토대로 모스크바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은 제1위원장의 회동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성급한 관측을 내놓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남북한 지도자에 함께 기념식 참석 초청장을 보낸 사실이 처음 알려진 뒤 모스크바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모스크바에서 북-미, 남-북 정상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서방이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대결을 계속하고 있고 이같은 갈등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 정상들이 모스크바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할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조만간 해제하기는커녕 추가 제재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에 양 진영의 관계가 급속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음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러시아와 서방 간 화해를 위한 핵심 전제조건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교전 사태 해결 전망도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 대다수 서방국은 모스크바 승전 기념행사에 불참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럴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이 독자로 기념행사 참석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모스크바에서의 북-미, 남-북 정상회동 성사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아직 내년 5월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그 사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극적으로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 러시아와 서방국들이 평화협정에 합의하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 정상들이 반(反) 히틀러 연합의 협력 정신을 되살려 모스크바를 찾을 확률도 있다.

모스크바 승전 기념행사가 러시아와 서방 간 역사적 화해의 장이 되고 여기에 북한 지도자까지 행사에 참석하면 자연스레 북-미, 남-북 정상 간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더라도 김정은의 기념행사 참석 여부는 다른 변수들로 말미암아 예측이 쉽지 않다.

상당수 전문가는 역대 북한 지도자들이 다자 행사에 참석한 적이 없고,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찾는 것이 관례를 깨는 파격이란 점에서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전승 기념식이 여러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는 다자 행사이니만큼 김정은으로서도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부담이 덜할 수 있어 오히려 방러 성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김 제1위원장이 5월 9일 전승 기념행사에 앞서 미리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고 뒤이어 기념행사에서 자연스럽게 오바마 대통령, 박 대통령과 회동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행사 주체인 러시아는 물론 북한으로서도 국제적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국가적 체면을 살리고 행사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푸틴으로선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재자로서 외교력을 한껏 과시할 수 있는 계기가, 김정은으로선 폐쇄 국가 지도자에서 국제 외교 무대에 당당하게 데뷔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