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진보정치…몰락이냐 재도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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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진보정치가 중대 기로에 섰다.

진보정당의 절반이 공중분해되면서 원내 진보정당은 정의당만 남았다.

어떤 형태로든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치사회적 환경이 보수화로 치달아 진보진영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데다, 새로운 진보진영의 주체나 노선논쟁이 가닥을 잡지 못할 경우 자칫 진보정치의 활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반면 진보정치가 통진당의 해산으로 종북 논란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민생·복지·경제를 중심으로 진보적 의제를 재설정해낸다면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진보 주체·노선 논쟁 = 통진당의 해산으로 진보진영은 반강제적으로 재편 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당장 재편을 주도할 세력간 노선 차이가 적지 않아 내부 정비과정에서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이 된 정의당의 경우 '한국형 사민주의'를 지향점으로 삼아 노동과 복지 이슈에 집중하고 있으며, 통일 이슈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반면 전 통합진보당 인사들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원탁회의'와 보조를 같이할 것으로 보여, 이 단체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이 등장한다면 전 통합진보당 처럼 통일을 중심 이슈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시민사회계 원로 90여 명이 참여해 만든 '국민모임'도 24일 입장발표를 예고, 진보진영 재편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주체도 노선 논쟁이 가열돼 큰 틀의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진보진영은 극도의 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다.

특히 전 통진당 인사들이 새로운 신당 재건에 나서는 등 움직임을 구체화할 경우 다시 종북논란이 불거지며 재편 동력이 모두 소진될 우려도 있다.

김종철 전 노동당 부대표는 22일 MBC라디오에서 "무조건 모이기만 한다면 (노선 차이로)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좀 더 천천히 제대로 논의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사태로 진보정당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됐다는 점이나 '총선연대 원죄론'이 불거지며 이후 야권연대가 어려워졌다는 점 등도 진보진영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북 떼어낼 기회…전화위복 될수도" = 반대로 진보진영이 이번 사태를 잘 견뎌내며 내부를 잘 추스른다면, 오히려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진보진영을 끈질기게 괴롭힌 종북논란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이 진보진영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다른 진보정당들도 같은 종북세력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다른 정당들은 노동이나 복지, 환경 등의 의제를 꺼내들어도 워낙 민감한 북한 이슈에 밀려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새로 의제를 설정해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거대 양당 구도에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와, '건전한 진보'로 인정을 받는다면 대안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 "참회·쇄신 필수…민생의제 전환해야" = 전문가들은 진보진영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지난 과오를 뼛속 깊이 반성하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의 민생을 살펴보는 자세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종북정당'의 오해를 씻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선 과거 통합진보당과 함께 했던 것을 반성하고 참회해야 한다"며 "북한을 향해서도 어정쩡한 자세를 벗어나 잘못된 점은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념싸움에 매달리기보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겸손히 살펴야 한다"며 "진보정치가 사느냐 죽느냐는 여기에 달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민생이나 노동 이슈에서 존재감이 약해졌다"며 "진보진영이 여기에 집중한다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과거처럼 이념적 선명성만 강조하던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며 "북유럽과 같은 복지국가 건설 등을 목표로 삼아 실질적으로 서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활동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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