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소니 해킹' 후폭풍…무기력·무사안일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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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둘러싼 소니영화사 해킹 사건의 후폭풍이 할리우드 영화계를 강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이번 해킹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한 이후 영화 개봉을 취소한 소니영화사를 비롯한 메이저 영화사들과 극장 체인 등 할리우드 영화산업계의 무기력한 대처와 무사안일주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판의 십자포화는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영화사에 집중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1일(현지시간) 팀 샤프 소니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 인터내셔널 회장의 2011년 6월 발언을 거론하며 소니사의 허술한 사이버보안 시스템을 비판했다.

샤프 회장은 당시 미 연방의회 에너지·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최근 사이버 공격이 강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면서 "소니사는 이런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네트워크 보안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그러나 이번 해킹 사건으로 소니영화사 임원진 이메일 계정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봉급체계·사회보장번호·진료기록 등이 암호화되지 않은 채 해킹에 무방비한 상태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영화감독과 배우 등을 비롯한 영화계 인사들은 소니영화사의 영화 개봉 취소는 `비겁함의 극치'였다고 비판하면서 극장 개봉을 거듭 촉구했다.

마이클 린턴 소니영화사 공동 사장이 지난 20일 케이블 뉴스채널 CNN에 출연해 "우리는 영화관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개봉 취소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계 안팎에서는 소니영화사의 영화 개봉 취소 결정은 자신의 시스템을 침입하고 협박까지 자행한 해커들에 "무기력하게 두 손을 들고 항복문서에 서명을 한 꼴"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배우 숀 펜은 '마더존스 닷컴'에서 "영화 `인터뷰' 개봉을 최소한 결정은 역사적 사건"이라며 "이 결정은 장기적 안목보다는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졌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의 이기주의적 행태와 무사안일주의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소니영화사에 대한 해킹·협박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영화협회(MPAA) 주재로 `해커에 맞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공동선언문이 기획됐으나, 메이저 영화사들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배우 조지 쿨루니도 영화사와 영화배우들을 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해커와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내용의 청원서를 돌렸지만, 누구도 청원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영화제작자 주드 아패토우도 "빌 코스비 성추행 혐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쿨루니가 해킹 사건에 맞서 영화사와 배우들이 결집하자는 청원서에 아무도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소니영화사 해킹 사태로 미국 내 근거없는 `공포 신드롬'이 만연될 가능성이라고 LAT는 지적했다.

영화 `인터뷰'가 개봉됐어도 실제 폭력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미지수인 데다 수사기관들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음에도 국민에 `9·11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근거없는 공포심만 심어줬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이면에도 `정치게임'이 내재돼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집단 히스테리'를 안겨준 에볼라 사태를 거론하며 미국 내에서 모두 4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진 데 그쳤는데도 일부 교활한 정치인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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