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 지명 바꾸려다 비판 여론에 '혼쭐'


중국에서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한 '지명(地名) 바꾸기'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허난(河南)성 린저우(林州)시는 최근 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시(市) 이름을 '훙치취(紅旗渠)시'로 개명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가 거센 비판 여론에 밀려 중단했다고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이 21일 보도했다.

훙치취는 린저우시의 타이항(太行)산에 놓인 총 길이 1천500㎞의 인공수로로, 물이 귀한 산간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수십만의 린저우 주민이 1960년부터 10년간 건설한 대역사로 꼽힌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는 이 물길에 대해 난징(南京)의 양쯔강 다리와 함께 '새롭게 태어난 중국의 두 가지 경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린저우시 당국은 설문조사에서 "후난(湖南)성 다융(大庸)이 장자제(張家界)로 이름을 바꾼 뒤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린저우도 훙치취로 개명하면 100만 시민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가져오지 않겠느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지방정부가 충분한 검토도 없이 다른 지역들을 따라 유행처럼 지명을 바꾸려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장밍(張鳴) 런민대 교수는 웨이보(徽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한 지방이 이름이 바뀌면 모든 지상 표지와 관인, 푯말 등도 따라 고쳐야 하는데 정부는 걸핏하면 수천만위안(1천만위안=18억원)의 돈을 쏟아붓는다"고 지적했다.

한 현지 매체는 "린저우가 단순하게 장자제를 흉내 내 지명을 바꾸려는 것은 한편의 코미디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린저우시 부시장은 "훙치취의 명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지역 출신 인사들이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개명을 건의해 여론을 수렴했을 뿐 정책 결정 단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린저우시 정부는 지난 19일 웹사이트에서 설문조사 코너를 슬그머니 없앴다.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낙후한 지역을 개발하고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개명을 무리하게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1994년 다융시가 장자제시로, 2001년 윈난(雲南)성 중뎬(中甸)현이 샹그릴라(香格里拉)현으로 이름을 바꾼 뒤 관광객이 급증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을 이상적인 모델로 여기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랜 역사를 지닌 지명을 버리고 지나치게 상업성을 추구하거나 생소한 외래어를 사용하는 식의 개명이 지역과 주민의 정체성을 버리는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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