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공산당 위원장 "아베, 침략ㆍ식민지 부정하면 일본 길 잃어"


시이 가즈오(60·志位和夫)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종전 70주년인 내년 8·15에 발표할 '아베담화'에 대해 "무라야마(村山) 담화의 핵심을 삭제한 듯한 담화를 낸다면 일본은 아시아와 세계에서 똑바로 살아갈 길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2·14 총선에서 공산당의 약진을 이끈 시이 위원장은 18일 오후 도쿄 시부야(澁谷)구 소재 당사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담화(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의 역사인식 관련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해 말을 흐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이 위원장은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한때 국책을 그르쳐 식민 지배와 침략을 했다는 점을 명료하게 밝히고 반성과 사죄를 했다"며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의 토대이기에 그것을 부정하면 전후(戰後) 세계 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노(河野) 담화(1993년 군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의 담화)에 대해서도 "부정하면 일본 외교는 끝장"이라며 "아베 총리가 '성노예는 근거없는 중상(10월3일 중의원 예산위 발언)'이라고 한 것은 사실상 고노담화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이 위원장은 이어 "아베 총리가 두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한다면 그 내용을 제대로 지키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정의 장에서 군위안부 문제를 누차 제기해온 공산당이 총선에서 중의원 의석을 21석(종전 8석)으로 늘린 것은 역사를 왜곡하고 위조하는 세력을 타파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도 역사를 위조하는 아베 정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부정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시이 위원장은 군 위안부 문제의 해법에 언급, "일한 청구권 협정 제3조 1항에 따라 제대로 외교 회담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며 "한국 측과 논의해서 제대로 된 국가 차원의 사죄와 배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이 위원장은 또 일본내 혐한시위 규제 방안에 대해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 민족, 국민에 대한 차별 발언)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인종차별 금지를 명확히 하는 '이념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이 위원장은 공산당이 총선서 약진한 원동력에 대해 "아베 정권 하에서 헌법 9조를 사실상 파괴하는 폭주, 집단 자위권, 특정비밀보호법 등 문제가 이어졌고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는 '격차 확대'를 야기했다"며 "아베 총리는 '이 길 밖에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다른 길도 있다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 평가받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앞으로 당의 행보에 "우리의 날개를 더 펼쳐 현재 일본의 현상을 타개하려는 성실한 보수층과 어느 정도나 협력해 나갈지가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시이 위원장은 도쿄대 공학부 1학년 시절 소선거구제 반대운동 참여를 계기로 공산당에 입당, 만 35세이던 1990년 당 서기국장을 거쳐 1993년 중의원에 당선된 뒤 이번까지 8선의 경력을 쌓았다.

정치적으로 시종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아베 총리와는 같은 1954년 생이자, 국회 입성 동기(1993년)다.

2006년 역대 일본 공산당 위원장으로는 처음 한국을 방문해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 헌화했고 일한의원연맹 소속으로 한일 의원교류에도 힘써 온 '친한파'로 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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