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70년 전 흑인 소년 사형 판결 무효화…"절차 문제"


미국 법원이 70년 전 살인죄 등으로 사형된 흑인 소년 사건에 대해 당시 재판의 절차상 문제를 들어 판결을 무효화했다고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이 오늘(18일) 보도했습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제14순회법원의 카르멘 멀린 판사는 1944년 두 백인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사형된 당시 14살 조지 스티니 사건에 대해 "기소 과정에서 정당한 법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형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멀린 판사는 "당시 사건의 조사·재판 과정에서 스티니의 헌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가 여러 방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결 무효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백인 남성만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하루 만에 사형을 결정했고 법원이 지명한 변호인은 거의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자백 역시 강압에 의한 것으로 보여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단, 이번 무효화 결정이 곧바로 스티니가 무죄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습니다.

스티니 사건은 1944년 3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알콜루의 한 배수로에서 백인 소녀 2명이 살해된 채 발견된 데에서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시신 발견 전날 두 소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스티니를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스티니는 소녀들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했다고 자백했고 속전속결로 유죄를 선고받은 뒤 사건 발생 84일만에 전기의자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스티니가 당시 부모나 변호사 입회 없이 조사를 받았고 뚜렷한 증거 없이 자백만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항소가 이뤄지지 않은 채 그대로 사형이 집행된 점 등 때문에 이 사건은 '인종차별적 재판'의 사례로 꾸준히 거론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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