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연의 썸풋볼] 체드 에반스의 두 번째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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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군가는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고, 누군가는 그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랍니다. 그들에게 주어긴 형기가 끝나는 날, 전과자는 또다시 사회라는 이름의 법정을 마주해야 합니다.

체드 에반스라는 축구 선수가 있습니다. 1988년생으로, 아직 젊고 미래가 있는 선수죠. 그가 강간 혐의로 구속된 것은 2011년, 그가 아직 25세였을 때입니다.

그 날 반대편에는 19살의, 더 어리고 약한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새벽 4시, 그녀는 술에 너무 취해있었고, 그 어떤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체드 에반스는 합의를 한 성관계라 항변했고, 여전히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에반스는 이듬해 강간 혐의로 5년 형을 선고받고, 2년 반 후 가석방되어 나옵니다. 영국 축구는 이때부터 들썩이기 시작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 축구 선수가 무너진 가십거리였다면, 이제는 한 인간의 삶의 권리와 축구의 순수성에 대한 논의가 되어버린 것이죠.

축구 선수 협회 (PFA)는 에반스의 본래 소속팀이었던 셰필드 유나이티드에게 협조를 요청합니다. 에반스는 자신의 죗값을 치렀고, 이제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에 셰필드 유나이티드 측은 에반스가 클럽의 훈련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아직 재계약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지만, 에반스가 출소하기 전에 클럽의 회장이 그를 방문해 재계약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를 나눴다는 보도가 있었기에, 모두가 그가 재계약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반발은 적지 않았습니다. 165,000명이 넘게 서명한 진정서가 클럽에 보내졌고, 어릴 적 강간 사건의 피해자였음을 밝힌 방송인이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홍보대사직을 사임했습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후원하던 스폰서는 에반스와 재계약이 이루어지는 즉시 계약을 파기하겠다고까지 나섰습니다. 각지에서 날아오는 압박을 견디지 못한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결국 그의 훈련 시설 이용 허락을 뒤집었고, 에반스의 복귀는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의 관계자는 그가 자신의 일터로 복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은행에서 일하다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이는 은행으로 복귀할 수 있는데, 왜 축구 선수는 안되냐는 이야기였죠. 그를 그라운드에 들이지 않기 위한 대한 각지의 압박은 소위 ‘인민재판’과도 같다는 말도 곁들였습니다. 법의 테두리에서 선고된 형을 이미 받은 에반스가 두 번 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입니다.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등 이른바 유명인들은 온갖 구설수 휘말리고,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는 일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는 슬그머니 복귀하는 사람도, 혹은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사람도 있지요. 우린 축구 자체를 더럽힌 장본인이 축구로 돌아오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요? 축구는 그들을 밀어낼 권리가 있는 걸까요? 그들에게는 원하는 직업으로 마음껏 복귀할 권리가 있는 걸까요?

맨체스터 시티는 유소년 아카데미를 졸업해 1군에서 데뷔한 선수들의 이름을 아카데미 명예의 전당에 기록합니다. 그리고 며칠 전 체드 에반스의 이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죠.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폭행 사건으로 복역한 조이 바튼의 이름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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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동생의 아내와 잠자리를 가진 황금 왼발의 사나이도 있고, 동료의 아내와 밤을 지새운 올해의 아버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이 바튼도 있고, 체드 에반스도 있습니다. 누가 용서받았고 받지 못했는지를 종합해보면 결국 ‘팬’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만, 한편으로는 또 그 ‘팬’이라는 존재만큼 모호한 것도 드물지요.

언젠가 한국에서도 체드 에반스와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입니다. 영국의 기준은 영국에 두고, 한국에서는 한국의 기준이 필요할 테지요. 여러분의 기준은 어디에 있나요? 한국의 체드 에반스는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왕 생각해보는 김에 하나 더. 동생의 아내와 불륜 관계를 가진 라이언 긱스의 경우라면 용납해주었을까요?)

*[한범연의 썸풋볼] 지난 “크리스마스, 전쟁 그리고 축구” 편에서 온두라스가 베네수엘라로 잘못 적혀졌습니다. 독자 분들에게 착오를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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