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계기로 독립영화 환경 넓어지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한경수 PD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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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많은 독립영화가 나올 수 있게 여러 제도적이거나 행정적인 부분, 재정적인 부분까지도 훨씬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계기로 더 많이 논의됐으면 좋겠습니다."

노부부의 사랑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의 진모영 감독은 18일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누적관객수 150만 명에 달하는 영화 '님아'는 연일 한국 독립영화 기록을 새로 쓰며 흥행 중이다.

방송국 독립 프로듀서로 활동하다 작년 간암으로 숨진 이성규 감독의 '시바, 인생을 던져'(2013)의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진 감독은 "어렵게 만들었던 '시바, 인생을 던져'의 관객수는 5천명이었다"며 "지금의 숫자나 현상은 처음 '님아'를 시작하면서 정말 예상 못 했던 것이라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감독이 '한국의 독립영화를 사랑해달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가셨습니다. '님아'를 '워낭소리'와 많이 비교하시는데 사실 '워낭소리'는 이상향 같은 것이고 그 근처에 가본 작품이 없어서 '다큐는 안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다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독립영화는 획일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소수자와 약자의 여러 생각까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상업적으로만 판단돼 영화관에 걸리지 못하고 기회가 적어지고 그런 것은 너무 아쉬운 부분이죠."

진 감독은 "극장과 배급, 투자 모든 부분이 그런 부분을 재고해줬으면 한다"며 "관객도 그런 영화를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님아' 제작진은 최근 영화 배급사인 CGV 아트하우스 측에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아트하우스에서의 '님아' 상영관을 줄여달라는 이례적인 요청을 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한경수 PD는 "처음에 많은 관객이 찾아줘서 얼떨떨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님아'가 다양성을 해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트하우스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PD는 "너무 힘들게 잘 만든 영화들이 많은데 같이 상영되고 관객이 이 다양한 영화들을 보고 누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진 감독은 "'님아'가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로 작용하는 독립영화들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환경이나 길을 넓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과 관객에게 편지를 보내 영화 속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를 찾아가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제작진은 이날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진 감독은 "할머니는 건강하게 지내고 영화가 잘 되는 부분들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사람들의 관심이) 반갑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그는 "저희가 완벽하게 창조한 가상의 세계가 아니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인생을 살아야 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 "할머니의 여생이 영화 때문에 편안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저희 또한 그 부분에 대해 괴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PD도 "76년 연애 세월의 마지막 순간을 저희 카메라에 열어주신, 많은 관객에게 큰 사랑과 선물을 주신 할머니를 지켜 드리지 못한다면 저희 영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우려가 많다"며 양해를 구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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